그녀와 산책하는 낭만제주
임우석 지음 / 링거스그룹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여행을 좋아한다. 내 몸안에 집시의 피라도 한방울 섞였는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길위에서의 시간에 주기적인 갈등을 느낀다.

지난 겨울부터 여행다운 여행을 하지 못한 채 어느새 봄이 가고 있다.

격무와 반복되는 일상에 치여 심신이 피로할 즈음 만난 낭만 제주...심신이 너무 지치면 때로는 기계적으로 반복적인 일상을 꾸려갈 뿐, 가슴은 늘 버석거린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건조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게 된다.

막상 이 책을 받아드니 주체할 수 없이 가슴이 설레는 것을 감출 수가 없다. 너무 드라이해서 좋은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할까, 지금의 상태를 잠시 염려했던 좀전의 시간이 우스울 지경이다.

드러내 놓고 붙인 제목이 민망할 수도 있으련만, 낭만이라는 단어만큼 제주의 풍경을 수사할 수 있는 단어를 찾을 수는 없을 거 같다.

가슴 켜켜히 젖어드는 요상스레 멜랑꼬리해지는 기분은 마침 이 책이 내게 온 날, 창밖으로 비가 오고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표지를 한장 걷어내고 보니 눈앞에 펼쳐지는 눈부신 바다 ..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우도의 산호사해수욕장의 그 푸른바다라는 것을.

그리고 네모난 사진에 갖혀 있는 바다가 말해주는 자유를...그 자유로움에는 경계 따위는 없었다.

 

20대 늦은 가을에, 30대 화사한 봄날, 따스한 겨울에, 그리고 40대 바람불던 날에 만난 제주를 각각 기억한다.

20대에는 친구와 함께, 30대에는 가족과 함께, 40대에는 동료와 함께 ...그렇게 제주도 땅을 밟았다.

분명 한나라의 다른 땅임에도 막상 낯설게 다가오는 제주도는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한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 또한 너무 많다. 그들에 비하면 다섯번에 걸친 제주의 기억을 가진 나는 진정 축복받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책 속에서 만나는 제주의 모습들은 이내 기억속에서 켜켜히 잠을 자고 있던 내 오래된 추억의 조각들을 여지없이 불러낸다.

한장, 한장, 페이지를 넘기듯 가슴깊이 아로새겨진 아름다운 기억들을 상기시켜주는  제주는 낭만적이다.

혹여 발길이 닿지 못했던 곳일지라도 내가 가진 조각들만으로도 능히 퍼즐맞추기하듯 눈앞에 그려지는 제주의 영상이라니....   낭만제주는 더할 나위 없이 로맨틱하다.  

 

사진을 찍고 칼럼을 쓰는 그의 이력이 말해주듯이 아름다운 제주 곳곳의 사진, 그만큼이나 더 매력적인 글들은 때로는 아주 사적인 기록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상당히 맛깔스럽다.

여행길에 선 그의 시선은 나의 시선과는 다른 지점이 있었고 그 지점으로 인해 익히 알고 있었던 제주의 모습이 새로히 다가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그의 취미는 무작정 걷기, 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성품으로 인한 도시의 숨은 골목 누비기라고 한다. 덕분에 다섯번의 제주행에도 미처 만나지 못한 숨어있는 보석같은 장소를 알게 되는 즐거움이 함께 한다.

 나의 여섯번째 제주여행은 그와 그의 그녀와 산책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던 새로운 방법의 여행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의 오래된, 당돌한 그녀가 질투날 정도로 부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가 아니다
잭 린치 지음, 송정은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게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들은 세세히 알지 않아도 마치 오래전부터 많이 알고 있던 것처럼 생각된다.

그중에서도 고전작품들은 그것들이 지니는 보편타당성으로 인해 그런 느낌을 주는 경우가 아주 흔한데, 내게 있어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가 하면 겉만 보고도 대충 그 안이 짐작이 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보여지는 모습으로 내용까지 예단했다가 큰코를 다칠 경우가 있기도 한데, 바로 이 책이 그러하다.

스치는 바람결에 들었던 것들인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는 그 셰익스피어가 아니다. 내지는 실제로 대문호 셰익스피어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사람이 조합된 인물이 바로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등등의 것들.

이러한 단편적인 내용을 떠올리며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가 아니다]를 들었던 나는 이내 그 생각을 수정해야 했다.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떤 과정없이 위와 같이 단 한줄로 규정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결론적으로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가 아니다]는 셰익스피어에 대하여 역설적으로 표현했다고 이해라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즉,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해서 셰익스피어가 되었는가"에 대해서 여러 방면에 걸쳐서 근거자료를 취합하여 심도있게 고찰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위에서 앞의 '셰익스피어'는 '스트랫퍼드의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의미하며, 뒤의 '셰익스피어'는 '영국의 자랑이자 세계적인 대문호 문화영웅인 셰익스피어'를 지칭함이다.

 

이 책에서는 셰익스피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그가 살아있던 생전의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사실 생전의 셰익스피어를 알 수 있는 자료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사후에 그의 작품들이 어떤 개작의 과정을 거쳤는지, 역사적 상황과 시대적 흐름에 의해 어떻게 해석되고 이용되었는지, 또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누가 연기했고, 시대상황속에서 연극의 자리매김은 어떠했는지, 셰익스피어를 어떤 사람들이 찬양했는지, 내지는 폄하했는지, 종래에는 문화 영웅으로 세계적으로 그 위상을 차지하기까지 어떤 숭배가 있었는지가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비록 셰익스피어는 없지만, 이런 작업은 매우 흥미로우며 의미있는 작업이라 여겨진다.

왜냐하면, 현재의 셰익스피어는 바로 이런 일련의 과정속에서 탄생되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를 다룬 여러 책에서 과연 그가 정말로 모든 작품을 썼을까하는 의문을 제기했으나, 저자는 이 책에서 그와 같은 여타의 의문에 촛점을 두지 않고, 모든 작품은 당연히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는 전제하에 나머지 얘기들을 풀어간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우리의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첫 단추라고 보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셰익스피어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스트랫퍼드의 셰익스피어가 아닌 인류의 보편타당한 가치나 감성들을 꿰뚫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안에서 보여지는 통찰력이 주는 힘이다.

따라서 개작이나 시대적 상황에 이용되었거나, 따위는 중요하지가 않다. 우리가 셰익스피어를 얼마나 사랑하고 이해하고 위로받고 있는지가 핵심일 뿐.

앞으로도 셰익스피어는 뜨겁게 논쟁의 중심속에서 읽힐 것이며, 여전히 시대적 정치적 상황속에서 그 위상이 변화할 것이다. 다만,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변화의 중심에 우리가 함께 할 것이란 사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꿀벌의 집
가토 유키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아우름(Aurum)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마음이 괜스레 헛헛하고 사는 것이 덧없을 때,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가까운 산사를 찾곤 한다.

일주문을 지나서 사찰까지의 그 인적드문 호젓한 산길을 홀로 걸어가다보면 마음자락이 절로 정연하고 투명하게 정리되는 느낌..

그 느낌이 좋아서다.

봄에는 봄빛으로, 여름에는 또 시원한 녹음으로, 가을에는 제 가진 것 모두 오롯이 자연속으로 되돌리는 계절의 만상들을 보며

자꾸만 흩어지는 마음을 추스리곤 했다.

어느 해 상실의 고통으로 삶의 뿌리가 흔들릴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

그 시간의 한 토막을 선연한 빛깔로 자태를 뽐내던 채송화 꽃잎에 치유받은 기억이 있다.

이른 여름날 아침, 금새 동터오는 햇살에 빨간색, 진분홍색, 노랑색, 색색으로 피어나던 앉은뱅이꽃.

무심코 댓돌을 내려서며 허방을 딛던 내 발걸음을 와락 잡아끌었던  소박한 꽃밭..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로 한없이 한없이 색의 향연속으로 빠져들었던 무념무상의 순간. 내 등뒤로 쏟아지던 한낮의 작열하는 뜨거운 태양빛도 감지하지 못한 채 말이다.

그 기억은 요상하게도 당시 내가 가졌던 고통을 아무것도 아닌 양 느끼게 해주었다..그렇게 나는 상실의 아픔을 치유했었다.

 

살다 보면, 자신의 힘으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삶의 고통을 누구나 겪게 된다.

친구가 있어, 가족이 있어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때때로 인간의 다정한 위로의 말로도 결코 치유가 되지 않는 나만의 아픔도 있다.  그럴 때면 아무 말 없이 그저 존재하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어주는 풀잎, 바람, 강물, 꽃, 산. 그리고 리에처럼 꿀벌과 함께 하는 시간.

자연의 침묵과 함께 깊은 사유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유리알처럼 더 잘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며, 모든 문제의 답은 결국은 자신에게 있음을 알기에 시간의 흐름속에서 지혜로운 자아성찰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거 같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 인간이 바로 자연의 일부라는 자각에서도 연유한 것이리라.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엄마와 살아가는 리에, 엄마는 아빠를 잃고서는 아빠친구에게 의지한다. 그런 엄마에게 반항하던 리에는 동거하던 남자친구가 어느날 아침 떠나가는 상실의 고통을 맛본다. 그 남자친구는 리에 친구와 사귄다. 반항심과 공허함으로 고통받던 리에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도쿄 시외에 있는 '꿀벌의 집'이라는 양봉회사에 수습사원으로 취직한다.

그곳에는 리에처럼 각기 다른 이유로 상처를 안고 그리고 상처를 치유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서로 가족처럼 챙겨주지만, 일정 거리 이상은 다가가지 않는다. 그래서 상처입은 각자는 스스로 설 힘을 키우고, 서로의 아픔도 지켜봐줌으로써 위로가 되어 준다. 마치 꿀벌처럼.

그곳의 사람들이 기르는 꿀벌이 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마치 인간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왕벌, 일벌, 수벌이 서로가 관계맺고, 그 관계속에서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고 때로는 그 조직안에서 도태되기도 하는 냉혹한 자연의 섭리까지도.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 그리는 작가는 넘치도록 풍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시종일관 담담하게 그려낸다. 자연도 그러했듯이 인간의 고통과 기쁨도 또한 그렇게 담담하게 들려준다. 자연의 일부처럼...자연이 흐르는 시간속에 변화되듯이, 인간의 상처와 영광도 자연속에서 그렇게 흘러간다.

작가는 상처와 아픔을 직시할 때, 우리가 성장한다고 말해주고 있다. 더불어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 아닌 자연속에서 다른 생물과 함게 어우러져 살아갈 때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삶이 더 넓고 더 깊어진다고 말한다.

특별한 사건없이도 잔잔하게 구성된 소설의 뒷맛이 이리도 잔잔하게 오래 여운을 남겨 줄 줄 생각 못했다.

꿀벌의 집, 참 담백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그런 소설이다. 쉽게 읽히면서도 자연스레 스며드는 그렇듯 마음이 편안해지는 초록빛 수채화같은 소설.

가토 유키코. 하얀눈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가. 자연주의자로서 불리는 작가에게서 느껴지는 자연의 의미가 이 소설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구현되었다.

밤이 되어도 도시의 불빛은 꺼지지 않은 채 더 요란하고 누구도 잠들지 않은 그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리에가 상처를 치유하게 되는 '꿀벌의 집'같은 전원생활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인간이 자연에게서 온 자연이 바로 그들의 본향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미 현대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과감히 전원생활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인간이 애초에 가진 선한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면 비록 전원으로 돌아가지는 못할지라도 '꿀벌의 집'같은 전원소설을 가까이 한다면 잃어버릴 뻔한 순수한 자연의 감성을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바로 그 감성이 각막한 도시생활을 이겨낼 수 있는 활력소가 되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구본형님의 '낯선 곳에서의 아침'에서 본 구절이 떠오른다.

 

산이 부른다


인디언들은
자신이 힘들고 피곤해지면
숲으로 들어가 자신의 친구인 나무에
등을 기대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웅장한 나무로부터
원기를 되돌려 받는다고 한다.
그들은 어리석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제 지식의 힘 - 경제를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 나의 경쟁력 파워 시리즈 3
박유연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옛 속담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라'라는 말이 있다.

인간이 사회속에서 한 구성원으로서 삶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요소로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돈이 가지는 힘, 돈의 흐름을 말해주는 경제의 힘은 지극히 크다. 지난 청춘이야 한달 일하고 그 노동에 대한 대가로 받은 월급으로 살았어도 별 무리없는 인생이었지만, 어느새 불혹을 넘기고 보니 자녀의 교육비 부담 뿐 만 아니라 우리 세대에게는 필수사항이 되어버린 지 오래인 노후대책에 대한 부담이 가슴을 짓누른다. 그런데도 무슨 똥배짱인지, 신문을 봐도, 그리고 인터넷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뉴스에서도 경제면에 대한 부분에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뿐인가, 일상에서 동료들이나 친구들과의 대화중에도 주식이나, 부동산투자, 세금절세니, 하는 돈과 눈꼽만치라도 관련이 있다 싶은 용어가 나오면 갑자기 딴청을 피우기 일쑤였다. (아, 나는 풀과 이슬만 먹고 살았단 말인가.ㅠㅠ)

경제에 대해서 관심이 가기 시작한 것은 3년전부터이다. 그 당시에 근무하던 부서가 산학관련 연구비를 다루는 부서였던지라 전국적인 산업 경제 흐름에 대한 것을 매우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부서였다. 시니, 소설이니, 영화니 하는 인문학 쪽에만 관심과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던 나, 생각보다 경제적 용어나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빠른 것을 느끼며 동시에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때마침 가까이 지내는 친구도 문학을 좋아하던 친구에서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친구로 그 자리를 대치하게 되었다.

자, 돈을 벌기 위해서 혹은 경제를 제대로 잡기 위해서 드뎌 호랑이굴 앞까지는 온 것이다.

그러나,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경제라는 분야에 대해서 신문을 읽어 볼려고 해도 용어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으니 그것 또한 쉽지가 않았다. '경제 지식의 힘'은 경제에 관심이 있는 한국사람이라면 구독하는 바로 매일경제신문의 현직기자가 쓴 경제 관련 책이다.

<경제를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나같은 경제분야 초보자에게는 더없이 실용적인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21세기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된 경제를 기초부터 한 단계, 한 단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가장 중요한 경제 지식과 이론 등을 직접 자신이 겪은 오랜 현장 경험을 통해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풀어놓고 있다.

무심코 지내왔던 그 동안의 일상들이 사실은 그 상황속에서 최대한의 이득을 얻게 위한 경제적 선택의 연속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동물적인 본능의 선택인 줄 알았는데, 그것은 경제적 지식이 부족했기에 그렇게 결론지었던 것일 뿐, 이 책의 내용대로 접목해보면 살아오면서 나도 모르는 새 습득한 경제적 지식의 발현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지금의 세상은 경제적 지식을 알지 못하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속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경제에 대해서 알게 되면 직장에서나 학교에서나 가정에서까지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는 않는 중심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이 말은 곧 저 유명한 '경제적 자립이 존재의 자립을 가져온다' 는 말과 상통하는 것이리라.

총 4장으로 나뉘어 각 각 1장 반드시 알아야 할 최신 경제 지식, 2장 돈을 부르는 재테크 경제 지식, 3장 비즈니스의 실마리를 푸는 똑똑한 경제 지식, 4장 일상을 움직이는 살아 있는 경제 지식, 에 대해서 풀어 놓아 독자로 하여금 효율적으로 선택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경제적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이 중에서도 1장과 4장이 특히 관심이 가는 분야였으며 일상과 밀접하기에 매우 유익했으며 흥미로왔다.

이 책을 통해서 각 종 시행되는 경제정책은 시장속의 민심의 흐름과 매우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또한 경제 지식은 특정사람들만이 점유하는 고상한 학문이 아닌 생활에 맞닿아 있는 살아 있는 지식임을 깨닫는다. 모든 시행되는 정책은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특정집단에 의해 악용되거나 변질되기도 하고, 시행되는 과정중에 헛점이 발생하기도 하는 함정이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경제 주체로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고작 책 한권으로 뽀빠이같은 힘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왠지 경제학이 이상향으로 생각한다는'합리적인 경제인'에 한 발짝 다가선 듯 마음이 든든해진다. 경제적 혼돈의 시대에 내가 책임져야 할 우리 가정만이라도 지켜낼 수 있는 기초체력을 이 책을 시발점으로 하여 키워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을 심다 - 박원순이 당신께 드리는 희망과 나눔
박원순 외 지음 / 알마 / 200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장에서 남자직원들이 여자직원들을 놀리고 나면(성적인 코드로), 농담처럼 여직원들이 건네는 말이 있다.

'에구,, 누구누구씨는 3,000만원 버셨네요'라는....한 곳에서 오랜 시간 볼 사람들에게 경직된 표정으로 딱딱하게 말하기 뭣해서 불편한 심정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 말은 듣게 된 남직원들은 뜨끔한 표정들이다.

이렇게나마 직장안에서 여성들의 자리를 보호할 수 있게 된 배경이 있었으니 그것은 '서울대우조교사건'으로 유명한 직장내 성희롱사건 소송의 역사적인 쾌거의 결과물이이었던 것이고, 이 사건의 중심에는 바로 박원순 변호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을 처음 안 것은 '부천서성고문사건'을 접하면서부터다. 조영래변호사의 이름과 함께 했던 그의 이름 석자.

그렇게 그는 내 머리에 각인이 되었고, 그 이후의 그의 행보는 여전히 그를 멋진 사람으로 기억하게 했다. 여기서 잠깐 그의 이력을 살펴 보면, 검사에서 인권변호사로, 시민운동가에서 모금전문가로, 아름다운가게의 창업자에서 희망제작소의 소셜 디자이너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그는 과거로부터 자유롭기에 그만큼 미래에의 희망으로 빛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절제와 성찰과 나눔이 함께 하는 삶, 그리고 언제나 연구와 실천을 같이 했던 삶! 그리고 항상 세상의 중심에 서 있던 삶!

박원순님에게서 배우고 싶었던 것은 놀라운 집중력과 공부방법, 그리고 핍진한 독서와 자료수집이다. 이는 박원순님에게는 그저 생활의 일부였다.

 

20대 시절에 한 문화예술단체에서 '또래모임'이라고 하여 작은 모임을 구성해서 그 단체의 핵심적인 운영 전반에 여론과 방향을 조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사회에서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학창시절의 그 친구들처럼 매우 순수한 우정을 나눴었다. 훗날, 이 모임의 일원인 한 친구가 과학고 출신에 카이스트를 다니다가 운동을 열심히 하여 제적이 된 과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더군다나 그 친구는 그 당시에도 공단이 많은 우리 지역에서 '세포'라고 불리며 가명으로 조직안에서 여전히 시민운동을 주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조직안에서 어떤 한계를 느끼고 서울로 떠나면서 그 친구는 자신의 본명을 알려주고 떠났고, 10여 년이 지난 후, 독학으로 공부하여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서초동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원하여 속칭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우리세대는 그런 시절을 살았었다. 재작년에 출장길에 친구를 만나서 묵은 회포를 푸는데, 돌아오는 발걸음이 매우 가벼웠었다. 과거의 모습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친구는 여.전.히 가진 자가 아닌 벌교출신의 열심히 사는 서민의 시선을 지닌 채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친구를 보면서 희망, 이라는 단어를 잠시 가슴에 품어본 기억이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다.

살다 보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세상의 중심에 서는 자들이 있고, 한번 들어선 길의 방향을 돌리기란 흐르는 강의 물줄기를 트는 것처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 또한  안다. 바로 박원순님이 그러하고, 내 친구가 그러하다. 주어진 길 안에서 그래도 변함없이 희망을 말하며 밝은 미소를 띠는 사람들. 바로 그 사람들이 있어 이 땅에 희망의 씨앗이 심어진다고 말하고 싶다. 나도 오늘만큼은 박원순님처럼 일상에서의 온건하지만 작은 혁명을 꿈꾸어 본다..

 

작년에 촛불집회시 참여연대의 행동양식을 비판하시면서 민주노총을 지지하는 계층과 참여연대를 지지하는 계층이 같아서는 안된다는 말의 의미를 알 거 같다.  민주주의사회로 가는 길은 결코 직선이 아닌 구불구불한 길이며, 한번 쟁취한 민주사회는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말, 절감해본다.  또한 거대담론보다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주장하는 박원순님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 박원순님을 머리로 이해한 것을 가슴으로 느끼고 발로 뛰는 이 시대의 실천가이자 행동가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었다고 한다면 너무 큰 오버일까?

과감히 희망을 만드는 사회를 디자인하는 꿈을 꾸는 박원순변호사. 그를 보면서 20대 때 꾸었던 나의 꿈이 슬며시 고개를 드는 것을 느끼며 마음 한 켠이 든든해져온다.

이제는 단순히 회원으로만 일정액의 회비를 납부하는 것으로 사회에 대한 책무를 다한 양 했던 나에게 다시금 시민단체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동안 소원했던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간사친구들..이 책을 덮고 나니 그 친구들의 소식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