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심다 - 박원순이 당신께 드리는 희망과 나눔
박원순 외 지음 / 알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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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남자직원들이 여자직원들을 놀리고 나면(성적인 코드로), 농담처럼 여직원들이 건네는 말이 있다.

'에구,, 누구누구씨는 3,000만원 버셨네요'라는....한 곳에서 오랜 시간 볼 사람들에게 경직된 표정으로 딱딱하게 말하기 뭣해서 불편한 심정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 말은 듣게 된 남직원들은 뜨끔한 표정들이다.

이렇게나마 직장안에서 여성들의 자리를 보호할 수 있게 된 배경이 있었으니 그것은 '서울대우조교사건'으로 유명한 직장내 성희롱사건 소송의 역사적인 쾌거의 결과물이이었던 것이고, 이 사건의 중심에는 바로 박원순 변호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을 처음 안 것은 '부천서성고문사건'을 접하면서부터다. 조영래변호사의 이름과 함께 했던 그의 이름 석자.

그렇게 그는 내 머리에 각인이 되었고, 그 이후의 그의 행보는 여전히 그를 멋진 사람으로 기억하게 했다. 여기서 잠깐 그의 이력을 살펴 보면, 검사에서 인권변호사로, 시민운동가에서 모금전문가로, 아름다운가게의 창업자에서 희망제작소의 소셜 디자이너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그는 과거로부터 자유롭기에 그만큼 미래에의 희망으로 빛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절제와 성찰과 나눔이 함께 하는 삶, 그리고 언제나 연구와 실천을 같이 했던 삶! 그리고 항상 세상의 중심에 서 있던 삶!

박원순님에게서 배우고 싶었던 것은 놀라운 집중력과 공부방법, 그리고 핍진한 독서와 자료수집이다. 이는 박원순님에게는 그저 생활의 일부였다.

 

20대 시절에 한 문화예술단체에서 '또래모임'이라고 하여 작은 모임을 구성해서 그 단체의 핵심적인 운영 전반에 여론과 방향을 조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사회에서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학창시절의 그 친구들처럼 매우 순수한 우정을 나눴었다. 훗날, 이 모임의 일원인 한 친구가 과학고 출신에 카이스트를 다니다가 운동을 열심히 하여 제적이 된 과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더군다나 그 친구는 그 당시에도 공단이 많은 우리 지역에서 '세포'라고 불리며 가명으로 조직안에서 여전히 시민운동을 주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조직안에서 어떤 한계를 느끼고 서울로 떠나면서 그 친구는 자신의 본명을 알려주고 떠났고, 10여 년이 지난 후, 독학으로 공부하여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서초동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원하여 속칭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우리세대는 그런 시절을 살았었다. 재작년에 출장길에 친구를 만나서 묵은 회포를 푸는데, 돌아오는 발걸음이 매우 가벼웠었다. 과거의 모습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친구는 여.전.히 가진 자가 아닌 벌교출신의 열심히 사는 서민의 시선을 지닌 채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친구를 보면서 희망, 이라는 단어를 잠시 가슴에 품어본 기억이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다.

살다 보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세상의 중심에 서는 자들이 있고, 한번 들어선 길의 방향을 돌리기란 흐르는 강의 물줄기를 트는 것처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 또한  안다. 바로 박원순님이 그러하고, 내 친구가 그러하다. 주어진 길 안에서 그래도 변함없이 희망을 말하며 밝은 미소를 띠는 사람들. 바로 그 사람들이 있어 이 땅에 희망의 씨앗이 심어진다고 말하고 싶다. 나도 오늘만큼은 박원순님처럼 일상에서의 온건하지만 작은 혁명을 꿈꾸어 본다..

 

작년에 촛불집회시 참여연대의 행동양식을 비판하시면서 민주노총을 지지하는 계층과 참여연대를 지지하는 계층이 같아서는 안된다는 말의 의미를 알 거 같다.  민주주의사회로 가는 길은 결코 직선이 아닌 구불구불한 길이며, 한번 쟁취한 민주사회는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말, 절감해본다.  또한 거대담론보다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주장하는 박원순님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 박원순님을 머리로 이해한 것을 가슴으로 느끼고 발로 뛰는 이 시대의 실천가이자 행동가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었다고 한다면 너무 큰 오버일까?

과감히 희망을 만드는 사회를 디자인하는 꿈을 꾸는 박원순변호사. 그를 보면서 20대 때 꾸었던 나의 꿈이 슬며시 고개를 드는 것을 느끼며 마음 한 켠이 든든해져온다.

이제는 단순히 회원으로만 일정액의 회비를 납부하는 것으로 사회에 대한 책무를 다한 양 했던 나에게 다시금 시민단체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동안 소원했던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간사친구들..이 책을 덮고 나니 그 친구들의 소식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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