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사 4 - 386세대에서 한미FTA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4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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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네권으로 이루어진 대한민국사의 마지막 권.
이 책에선 1950년 노근리에서 미군이 피난중인 인근 주민들 300여명을 총살한 노근리 학살사건부터,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졌을 뿐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고 미국을 위해 움직이는 검은머리 미국인들의 주도 하에 이루어진 한미 FTA 협정,
내란행위 처벌법에서 시작되었지만 합법이라는 미명 아래 좌익결사조직을 말살 시키기 위해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내란음모까지 처벌했던 악명 높은 국가보안법,
부일장학회와 경향신문사를 강탈해 정수장학회를 설립한 독재자 박정희의 탐욕사,
통혁당 간부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한 신영복과
불의의 시대 이야기를 거쳐,
민주화의 기수였으나 기득권 세력에 편입해 새로운
보수가 된 386세대의 몰락,
그리고 역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거쳐 여야가 바뀌었지만 정치권과 사법부, 언론과 재벌등 변하지 않은 봉건적 기득권 세력들로 인해 진정한 변화의 시대는 우리에게 아직도 요원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아직까지도 미국의 사과와 보상을 받지못한 노근리 사건부터 대통령 탄핵까지, 이 책 속의 역사적인 내용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주권‘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독립국으로서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 미국이나 일본등의 강대국으로부터, 자신의 사익을 위해 인권을 묵살하는 독재자로부터, 그리고 한때 정의를 향한 싸움의 선봉에 있었으나 이제는 또다른 기득권층이 되어 진정한 국가 발전을 막고있는 정치인들까지 대한민국의 진정한 자유를 가로막고 있는 모든 세력들로부터 우리의 주권을 우리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
다 아는 일들임에도 책을 읽는동안 수시로 분노가 치밀었다.
우리가 피해자임에도 국가 위상이 아직은 부족해 사과도 보상도 받지 못하는 현실,
자신들의 사익만을 추구하며 국가 발전을 막고있는 친일파와 숨어있는 친미 한국인들, 적폐 기득권 세력들..
우리의 주권을 당당히 지켜내고 자유를 누리기 위해선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고, 부족하나마 그 길에 작은 돌 하나라도 놓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 해본다.

분노가 답은 아니지만 무관심보다는 분노가 낫다.
주권자로서 우리의 주권은 우리가 지켜내자.
항상 깨어서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자.
대한민국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 등 편가르기에서 벗어나 나의 이익이 아닌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한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이 주인인 나라다.
역사는 과거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들려준 아픈 역사의 교훈을 절대
잊지말자.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국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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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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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 출신이지만 ‘과학‘과 관련된 소설이나 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션같은 책이라면 언제든 격하게 환영.
이과 출신임에도 뭔소린지 도통 감도 오지않는 과학이론이 적지않게 나오지만, 이 책이 주는 감동과 재미는 그런 어려운 과학용어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으니까.

‘아무래도 좆됐다.‘
첫문장을 보자마자 이 소설이 재미있을 거라는 걸
단번에 알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당연히 틀리지 않았다.
독백의 주인공은 우주식물학자 마크 와트니.
그는 사고로 화성에 혼자 남게 되었고, 자신의 생존을 알게된 동료들이 구출하러 온다해도 4년이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그런데 그가 버틸수 있는 식량은 400일치 뿐.
그래서 저런 독백을 내뱉은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좆됐다고.

죽었다 깨어나도 그럴 가능성은 전혀, 네버 없겠지만
내가 마크라면, 400일 버틸 식량만으로 최소한 4년을 혼자 버텨야하는 화성 표류자가 되었다면?
아무리 생각 해봐도 답이 없다.
난 평소에도 적게 먹는 편이니 400일동안 먹을 식량을 900일이나 1000일 정도까지는 나눠서 아껴 먹을수 있겠지만.. 그 다음엔?
아마 굶어 죽거나 그전에 이미 우울증과 외로움에 지쳐서 죽겠지.
그런데, 마크 와트니는 놀라운 선택을 한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식물학자인데다 과학지식도 많이 가지고 있기에(물론 지식이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구조선이 올때까지 버틸수 있는 식량을 스스로 재배해 생존시간을 늘이기로 한 것이다.
그가 있는 곳은 지구가 아닌 화성인 까닭에 경험치나 자료 없이 벌이는 그의 모든 행동에는 죽음의 가능성이 항상 내포되어 있다.
그런데도 그는 계속 시도한다.
감자 한알을 심는데도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낯선 행성에서 그는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며 살아남아 버틸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무엇보다 감동스러운 건 인간이라곤 혼자 뿐인 낯선 행성에서 언제든 죽을 수 있는 위험한 시도를 계속 하면서도 그는 늘 긍정적이며, 어떤 순간에도 결코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것.
˝난 화성의 왕이다. ˝(혼자 뿐이니 당연하지)
˝나는 이 행성 최고의 식물학자다.˝ (다른 학자는 없으니 당연하지)
라고 떠들어대며 놀라울 정도의 초긍정으로 끊임없이 뭔가를 시도하고, 닥쳐온 위기를 극복 해낸다.
소설의 말미에 반전처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나는데,
사실 마크에겐 언제든 쉽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절망이 훨씬 더 어울리는 상황에서 끝까지 희망과 유머감각을 잃지 않았고, 긍정적으로
현실을 견디며 생존의 시간을 스스로 늘려온 것이었다.

또다른 감동은 화성에 생존 해있는 마크의 존재를 알게된 후 지구에서 그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노력이다.
지구의 어느 오지가 아닌 우주의 행성에 혼자 남겨진
그를 구출해 돌아오기 위해 그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한다.
그것도 필사적으로.
당연한듯 마크를 구하기 위해 힘을 보태는 이들의 모습을 읽다보니 얼마전 신종 코로나 사태로 고립된 우한 지역의 교민들을 데려올 전세기 출항을 두고 벌였던 논쟁과 반대들이 떠올라 씁쓸해졌고,
‘그래. 국가는 이래야지.‘라는 감동이 느껴졌다.
물론, 단 한사람을 구하기 위해 그 많은 인력과 돈과 기술과 시간을 쓰는 것을 낭비라고 할 수도 있다.
심지어 당사자인 마크 와트니도 이렇게 물었으니까.
‘나같은 괴팍한 식물학자 한명을 구하기 위해 그 많은 것을 쏟아붓다니, 왜 그랬을까?‘
그의 질문에 대한 정답이 이어진다.
‘진짜 이유는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도우려는 본능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렇지 않은듯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저자인 앤디 위어가 이 소설을 통해 하고싶었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단 한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수많은 사람들의
선의를 설명하며 ‘정말 멋지지 않은가?‘라고 묻는
마지막 문장이 너무나 멋져서 눈물이 날것 같았다.

끝까지 나자신과 동료들, 인간의 선의를 믿고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낸 마크 와트니.
그리고, 그를 구출하기 위해 1년이란 시간동안 기꺼이 우주로 날아간 동료들과,
단 한사람의 생명을 위해 엄청난 자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국가.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현실에선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더 큰 감동을 느낀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마크 와트니를 버티게 했던 초긍정 마인드와 유머의 힘,
그리고 국민 한사람도 소중히 여기는 국가의 원칙은
고단한 삶에서 우리를 구원해줄 희망이기에 버리고 싶지는 않다.

다시 한번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삶의 필수 원칙을 마음에 새기며 감상을 마무리 한다.
‘성격이 삶을 결정한다.‘
마크처럼 긍정적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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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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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전작인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우연히 읽고 내가 읽고싶었던 로맨스를 만났다며 흥분해서 주변 지인들에게 한동안 그 책을 권하고 다녔었다.
오랜만에 작가의 신작(그것도 작가의 장기인 로맨스!)이 출간되었다니 안 읽을수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전작인 ‘사서함~‘ 보다는 로맨스 소설로서의 만족감이 적어 아쉬웠지만, 전작에선 주인공 남녀 두사람의 사랑을 밀도 높게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주인공들 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응원하는 ‘관계‘의 이야기로서 따뜻한 기분을 느낄수 있었다.

주인공 해원은 미술학원에서 가르치던 학생의 태도에 상처를 받고 고향인 북현리로 내려가 펜션을 운영하는 이모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어느날 마을의 노부부가 살던 집이 ‘굿나잇 책방‘이라는 작은 동네서점이 되어있는 것을 발견한 해원은 호기심에 기웃거리다가 서점 주인인 은섭과 마주치는데,
사실 은섭은 해원이 기억하지 못하는 중고등학교 동창이었고, 몇년전 해원과의 인상적인 만남을 은섭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이모 대신 펜션을 운영하려는 해원은 겨울동안 은섭을 도와 굿나잇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하고, 매주 한번씩 책방에서 열리는 북클럽에도 참여하게 된다.
자격제한이 없는 북클럽은 조금씩 인원이 늘어나고,
해원과 북클럽 회원들은 자신이 읽은 책을 함께 나누며 어느새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격려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 속에서 옆집에 사는 해원과 은섭은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전작인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도 그랬지만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로맨스 소설이라면 대부분 등장하기 마련인 사랑의 라이벌이 없다는 것이다.
전작도 그랬지만 해원과 은섭의 사랑에 장애물로 등장하는 것은 끔찍한 과거로 인해 마음을 닫게된
해원의 흔들리는 마음 뿐.
하지만, 개인적으로 바로 그 점이 이 작가의 놀라운 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실 현실적으로 보자면 연인들의 관계를 흔드는 것은 강력한 라이벌보다 일상의 작은 균열이나 소통의 부재, 각자의 피치 못할 상황들에서 기인한 갈등인 경우가 훨씬 더 많지 않을까?
나 아닌 한사람을 온전히 사랑함으로써 내게 오는 그의 세계를 완벽하게 받아들이는 일은 그 자체로 엄청난 노력과 이해가 필요하며, 성숙한 자세로 사랑을 하기위해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나 스스로가 단단하게 설 수 있어야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은섭은 잔잔한 호수처럼 해원의 모든것을 다 품으려 하지만, 상처와 두려움이 많은 해원은 자꾸만 고슴도치처럼 몸을 웅크린채 가시를 세운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주인공 해원과 은섭의 로맨스가 아니라, 굿나잇 책방에 모인
북클럽 회원들이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는 모습이었다.
할아버지 손에 키워진 외로운 아이 승호,
겉으로는 퉁명스럽지만 누구보다 의리 있고 정 많은
그야말로 츤데레 여고생 현지,
소녀같은 미소로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주는 수정 이모...
나이나 성별, 가정환경, 직업등 이 사회에서 내세우는
어떤 기준도 없이 오로지 책 이야기로 만나 서로의 친구가 되고,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하게 된 이들의 모습을 통해 나 역시 위로와 격려를 받은 느낌이었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은 착한 사람들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이렇게 온통 선한 인물들로만 가득한 동화같은 마을과 사람들이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는지도 모르지만..
어딘가 이렇게 착하고 예쁜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만 모인 북현리같은 작은 마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그들을 응원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은 마음.
은섭과 해원도, 북클럽 회원들도 명여 이모도 모두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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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땐, 책 - 떠나기 전, 언제나처럼 그곳의 책을 읽는다
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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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방점이 찍혀있는 제목을 읽고 그저 여행 가서 읽었던 책 얘기려니, 가벼운 추측으로 책을 펼쳤다.
다 읽고나니 ‘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이고, 책은 앉아서 하는 여행‘이란 저자의 서문이 이 책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 해주는 문장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는 여행과 책이라는, 저자의 삶에서 결코 뗄 수 없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그 두가지의 이야기가 풍성하게 담겨있다.
세계일주를 위해 퇴사하고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그녀의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중요했던, 혹은 잊지못할 책 스물 네권과 그 여행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어느날은 책 속의 어떤 문장을 읽다가 열병처럼 앓게된 그리움을 안고 낯선 도시로 무작정 떠나고, 예상과 너무나 달랐던 고통스런 여행지에서 뒤늦게 그곳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만들어준 책과 사람을 만나고, 지구와 사람과 동물에 무지했던 저자에게 더 넓은 시각과 깊은 이해와 바꿀 수 없는 사랑을 심어준 낯선 길위의 방랑과 수많은 책들과 함께 한 시간들..
그저 여행 가면 읽기 좋은 책 몇권을 소개받으려는
얄팍한 기대로 집어든 책 속 곳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과 반성과 무지에 대한 자각으로 마음이 울컥했고, 마지막 장을 넘긴 후에도 오래 남은 여운으로 인해 생각을 멈추기가 쉽지 않았다.
저자처럼 여행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혼자 자유롭게 떠나는 무계획의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해온 나는 어떤 여행자일까?
지금까지 난 어떤 여행을 해온 것일까?
여행을 하면서 만난 도시와 사람과 경험으로 인해 지구와 생명들을 폭넓게 사랑하게 되고 점점 더 조심스러워졌으며, 그래서 이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었다는 저자를 보며 그저 사치스럽지 않게 소박한 여행을 해왔음에 만족해온 나의 여행이 부끄러웠고 반성이 밀려왔다.
여행이든 책이든 그것을 통해 꼭 뭔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좋은 방향으로의 발전을 이루어야만 가치 있는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여행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중의 한명으로서
오래오래 안전하고 행복하게 여행하고싶은 나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더 올바르고 건강한 여행,
나의 발길이 닿은 그 땅에 사는 모든 생명들을 존중하고 해를 끼치지 않는 여행, 더불어 나의 삶도 그 여행과 책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더 선해지고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여행과 독서를 통해 이룰수 있는 최고의 선이 아닐까?

일년에 한번 이상은 반드시 낯선 나라로 여행을 가고싶고, 가능하다면 한국이 아닌 다른 곳과 내나라에서 번갈아 사는 삶을 꿈꾸고 기도하는 나에게 이 책은 단순히 책과 여행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었다.
어떤 마음으로 길을 떠나고 세상을 바라보고 기억해야 하는지, 순례자와 방랑자와 구도자 모두의 마음으로 해야하는 가볍지만은 않은 여행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깊이 공감하게 해준 책.
그저 까불고 잘 웃는 인상 좋은 친구인줄만 알았는데
친해지고 보니 깊은 사고와 바른 의식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나를 늘 감동하게 만들고 더 좋은 사람으로 살기위해 깊이 사고하게 해주는 고마운 친구를 알게된 기분이랄까.
책에 관한 책들은 여지 없이 그렇지만, 이 책도 역시
저자가 언급한 모든 책들에 엄청난 흥미와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고(심지어 이미 읽었던 책들도 다시 읽고싶어졌다), 결국 또 구매목록만 더 늘었다는 건
함정. ㅜㅜ
좀 더 가볍게 살기로 하고 정기적으로 책들을 과감하게 정리하리라 굳게 결심했지만, 이 책은 꽤 오래 보관도서 책장 쪽에 꽂혀있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고싶은 이 갑작스런 충동과 뜨거운 열망도 오랫동안 나를 괴롭힐 듯한 예감.
그래도 읽게 되어서 정말 감사하고 반가웠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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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샐린저 탄생 100주년 기념판)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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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것들은 진짜 문제야‘
2000여년 전의 이집트 벽화에도 이런 낙서가 쓰여있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동안,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그 낙서가 다시 떠올랐다.
어느 시대에나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르는 10대 혹은 성장기 아이들은 기성세대의 눈에 그저 이유도
없는 일탈 혹은 반항을 하는 골칫덩이들일 수밖에 없나보다, 하는 생각으로.
하지만, 자신을 온통 사로잡고 있는 불꽃같은 감정의 정체도 원인도 모른채 그저 그 감정만이 일생에서 가장 소중하다 믿고있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아이들에겐 어떤 말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일 터.
그곳에서 빠져나온 뒤에야 자신이 지나온 어둠의 터널이 끝났음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그저 지나보면 안다는 가벼운 말로 치부하기에 그시절의 우리들은 너무 뜨겁고 아프지 않았던가.

20세기 영미 명작소설 중 한권으로 꼽히는 ‘호밀밭의 파수꾼‘은 학교에서 퇴학 당한 고교생 홀든 콜필드가 집으로 갈 용기가 나지않아 방황하는 3일간의 모습을 통해 누구나 지나온 바로 그시절, 10대의 이유없는 불안과 혼란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작가인 셀린저의 자전적 이야기라서인지 주인공인 홀든이 기숙사를 떠나는 순간부터 겪게되는 심리적 혼란과 분노, 불안과 공포 등의 감정 변화가 너무나 사실적으로 섬세하게 묘사되어있다.
그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물론 학교도) 온통 가식적인 위선과 허세, 불의한 욕망으로 가득차 있으며, 단 한사람도(심지어 존경했던 선생님조차도) 정상적인
롤모델이 되어주지 못하는 서글픈 현실일 뿐이다.
원칙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따라 자유롭게 작문을 하는 학생에게 탈선을 외치며 낙제점을 주고,
친구의 목숨까지 빼앗는 폭력에도 관대한 학교와,
탐욕으로 다른 이들을 속이고 고통을 주는데 익숙한 어른들,
속내를 감춘채 이기적인 욕망으로 서로를 탐색하고
이용하려는 남자들과 여자들..
어른들의 눈에는 퇴학 당해 학교에서 쫓겨난 홀든이
낙오자로 보이겠지만, 위선과 허세에 사로잡혀 이기적인 욕망만 쫒는 그들이야말로 홀든에겐 혐오스러운 존재들이다.
하지만 홀든은 먼 곳으로 떠나 사라지고자 했던 마음을 접고 집으로 돌아와 치료를 받게 되는데, 그를 현실로 돌아오게 만든 것은 이미 세상을 떠난 동생 엘리와 한참 어린 막내 여동생 피비의 존재다.
결국 아이를 구원하는 것은 아직 세상에 물들지 않은, 더 어린 아이들 뿐인 것일까.

얼핏 보기에 주인공 홀든은 룸메이트부터 학교 안의 모든 동급생들을 혐오하고 증오하며,
나이를 속이고 담배와 술을 즐기는데 주저함이 없는
일탈 청소년이다.
어른들에게 공손하지도 고분고분 하지도 않으며,
마주치는 모든 이들을 무시하고 불평불만에다 욕까지 입에 달고 산다.
세상의 잣대로 보자면 의심의 여지 없이 골칫덩이 문제아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학교를 떠난 순간부터 자신이 혐오 한다던 단점 투성이 친구들을 보고싶어하고,
자살한 친구와 먼저 떠난 동생을 기억하고 아파하며, 우연히 마주친 수녀님들께 더 많이 기부하지 않은 것을 자책하고,
한참 어린 여동생의 부탁에 가출을 포기하고 마는 여린 마음의 소유자다.
유난히 반항적이고 불만 투성이인 홀든의 모습은
어쩌면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착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세상은 분명 선한 사람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지만,
섬세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좀 더 살기 힘들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니까.

위선으로 가득한 세상을 향한 청소년기의 반항과
혼란을 사실적인 묘사로 공감하게 만든 저자의 글솜씨도 감탄스러웠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에 높은 점수를 주고싶은 부분은 쉽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뛰어난 문장력만큼이나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이야기를 무겁게 만들지 않는 놀라운 유머감각이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정확히 필요한 위치에 놓여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주는 유머 한스푼의 힘은
정말 감탄스럽다.
호밀밭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호해주는 파수꾼이 되고싶다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희망을 가진 홀든이
부디 더 상처받지 않고 그 바람대로 살게 되기를..
이 시대의 모든 홀든이 세상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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