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땐, 책 - 떠나기 전, 언제나처럼 그곳의 책을 읽는다
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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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방점이 찍혀있는 제목을 읽고 그저 여행 가서 읽었던 책 얘기려니, 가벼운 추측으로 책을 펼쳤다.
다 읽고나니 ‘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이고, 책은 앉아서 하는 여행‘이란 저자의 서문이 이 책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 해주는 문장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는 여행과 책이라는, 저자의 삶에서 결코 뗄 수 없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그 두가지의 이야기가 풍성하게 담겨있다.
세계일주를 위해 퇴사하고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그녀의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중요했던, 혹은 잊지못할 책 스물 네권과 그 여행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어느날은 책 속의 어떤 문장을 읽다가 열병처럼 앓게된 그리움을 안고 낯선 도시로 무작정 떠나고, 예상과 너무나 달랐던 고통스런 여행지에서 뒤늦게 그곳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만들어준 책과 사람을 만나고, 지구와 사람과 동물에 무지했던 저자에게 더 넓은 시각과 깊은 이해와 바꿀 수 없는 사랑을 심어준 낯선 길위의 방랑과 수많은 책들과 함께 한 시간들..
그저 여행 가면 읽기 좋은 책 몇권을 소개받으려는
얄팍한 기대로 집어든 책 속 곳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과 반성과 무지에 대한 자각으로 마음이 울컥했고, 마지막 장을 넘긴 후에도 오래 남은 여운으로 인해 생각을 멈추기가 쉽지 않았다.
저자처럼 여행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혼자 자유롭게 떠나는 무계획의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해온 나는 어떤 여행자일까?
지금까지 난 어떤 여행을 해온 것일까?
여행을 하면서 만난 도시와 사람과 경험으로 인해 지구와 생명들을 폭넓게 사랑하게 되고 점점 더 조심스러워졌으며, 그래서 이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었다는 저자를 보며 그저 사치스럽지 않게 소박한 여행을 해왔음에 만족해온 나의 여행이 부끄러웠고 반성이 밀려왔다.
여행이든 책이든 그것을 통해 꼭 뭔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좋은 방향으로의 발전을 이루어야만 가치 있는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여행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중의 한명으로서
오래오래 안전하고 행복하게 여행하고싶은 나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더 올바르고 건강한 여행,
나의 발길이 닿은 그 땅에 사는 모든 생명들을 존중하고 해를 끼치지 않는 여행, 더불어 나의 삶도 그 여행과 책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더 선해지고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여행과 독서를 통해 이룰수 있는 최고의 선이 아닐까?

일년에 한번 이상은 반드시 낯선 나라로 여행을 가고싶고, 가능하다면 한국이 아닌 다른 곳과 내나라에서 번갈아 사는 삶을 꿈꾸고 기도하는 나에게 이 책은 단순히 책과 여행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었다.
어떤 마음으로 길을 떠나고 세상을 바라보고 기억해야 하는지, 순례자와 방랑자와 구도자 모두의 마음으로 해야하는 가볍지만은 않은 여행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깊이 공감하게 해준 책.
그저 까불고 잘 웃는 인상 좋은 친구인줄만 알았는데
친해지고 보니 깊은 사고와 바른 의식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나를 늘 감동하게 만들고 더 좋은 사람으로 살기위해 깊이 사고하게 해주는 고마운 친구를 알게된 기분이랄까.
책에 관한 책들은 여지 없이 그렇지만, 이 책도 역시
저자가 언급한 모든 책들에 엄청난 흥미와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고(심지어 이미 읽었던 책들도 다시 읽고싶어졌다), 결국 또 구매목록만 더 늘었다는 건
함정. ㅜㅜ
좀 더 가볍게 살기로 하고 정기적으로 책들을 과감하게 정리하리라 굳게 결심했지만, 이 책은 꽤 오래 보관도서 책장 쪽에 꽂혀있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고싶은 이 갑작스런 충동과 뜨거운 열망도 오랫동안 나를 괴롭힐 듯한 예감.
그래도 읽게 되어서 정말 감사하고 반가웠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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