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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과 출신이지만 ‘과학‘과 관련된 소설이나 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션같은 책이라면 언제든 격하게 환영.
이과 출신임에도 뭔소린지 도통 감도 오지않는 과학이론이 적지않게 나오지만, 이 책이 주는 감동과 재미는 그런 어려운 과학용어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으니까.
‘아무래도 좆됐다.‘
첫문장을 보자마자 이 소설이 재미있을 거라는 걸
단번에 알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당연히 틀리지 않았다.
독백의 주인공은 우주식물학자 마크 와트니.
그는 사고로 화성에 혼자 남게 되었고, 자신의 생존을 알게된 동료들이 구출하러 온다해도 4년이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그런데 그가 버틸수 있는 식량은 400일치 뿐.
그래서 저런 독백을 내뱉은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좆됐다고.
죽었다 깨어나도 그럴 가능성은 전혀, 네버 없겠지만
내가 마크라면, 400일 버틸 식량만으로 최소한 4년을 혼자 버텨야하는 화성 표류자가 되었다면?
아무리 생각 해봐도 답이 없다.
난 평소에도 적게 먹는 편이니 400일동안 먹을 식량을 900일이나 1000일 정도까지는 나눠서 아껴 먹을수 있겠지만.. 그 다음엔?
아마 굶어 죽거나 그전에 이미 우울증과 외로움에 지쳐서 죽겠지.
그런데, 마크 와트니는 놀라운 선택을 한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식물학자인데다 과학지식도 많이 가지고 있기에(물론 지식이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구조선이 올때까지 버틸수 있는 식량을 스스로 재배해 생존시간을 늘이기로 한 것이다.
그가 있는 곳은 지구가 아닌 화성인 까닭에 경험치나 자료 없이 벌이는 그의 모든 행동에는 죽음의 가능성이 항상 내포되어 있다.
그런데도 그는 계속 시도한다.
감자 한알을 심는데도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낯선 행성에서 그는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며 살아남아 버틸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무엇보다 감동스러운 건 인간이라곤 혼자 뿐인 낯선 행성에서 언제든 죽을 수 있는 위험한 시도를 계속 하면서도 그는 늘 긍정적이며, 어떤 순간에도 결코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것.
˝난 화성의 왕이다. ˝(혼자 뿐이니 당연하지)
˝나는 이 행성 최고의 식물학자다.˝ (다른 학자는 없으니 당연하지)
라고 떠들어대며 놀라울 정도의 초긍정으로 끊임없이 뭔가를 시도하고, 닥쳐온 위기를 극복 해낸다.
소설의 말미에 반전처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나는데,
사실 마크에겐 언제든 쉽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절망이 훨씬 더 어울리는 상황에서 끝까지 희망과 유머감각을 잃지 않았고, 긍정적으로
현실을 견디며 생존의 시간을 스스로 늘려온 것이었다.
또다른 감동은 화성에 생존 해있는 마크의 존재를 알게된 후 지구에서 그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노력이다.
지구의 어느 오지가 아닌 우주의 행성에 혼자 남겨진
그를 구출해 돌아오기 위해 그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한다.
그것도 필사적으로.
당연한듯 마크를 구하기 위해 힘을 보태는 이들의 모습을 읽다보니 얼마전 신종 코로나 사태로 고립된 우한 지역의 교민들을 데려올 전세기 출항을 두고 벌였던 논쟁과 반대들이 떠올라 씁쓸해졌고,
‘그래. 국가는 이래야지.‘라는 감동이 느껴졌다.
물론, 단 한사람을 구하기 위해 그 많은 인력과 돈과 기술과 시간을 쓰는 것을 낭비라고 할 수도 있다.
심지어 당사자인 마크 와트니도 이렇게 물었으니까.
‘나같은 괴팍한 식물학자 한명을 구하기 위해 그 많은 것을 쏟아붓다니, 왜 그랬을까?‘
그의 질문에 대한 정답이 이어진다.
‘진짜 이유는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도우려는 본능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렇지 않은듯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저자인 앤디 위어가 이 소설을 통해 하고싶었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단 한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수많은 사람들의
선의를 설명하며 ‘정말 멋지지 않은가?‘라고 묻는
마지막 문장이 너무나 멋져서 눈물이 날것 같았다.
끝까지 나자신과 동료들, 인간의 선의를 믿고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낸 마크 와트니.
그리고, 그를 구출하기 위해 1년이란 시간동안 기꺼이 우주로 날아간 동료들과,
단 한사람의 생명을 위해 엄청난 자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국가.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현실에선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더 큰 감동을 느낀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마크 와트니를 버티게 했던 초긍정 마인드와 유머의 힘,
그리고 국민 한사람도 소중히 여기는 국가의 원칙은
고단한 삶에서 우리를 구원해줄 희망이기에 버리고 싶지는 않다.
다시 한번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삶의 필수 원칙을 마음에 새기며 감상을 마무리 한다.
‘성격이 삶을 결정한다.‘
마크처럼 긍정적으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