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오경아 지음 / 샘터사 / 201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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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에 ‘가든 디자이너’라는 말도, 정원 디자인 공부를 위해 영국으로 떠났다는 말도 있어서 정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영국인들의 정원 사랑이야 이미 유명한 이야기 아니던가. 영국에서 6년 동안 배운 정원에 대한 이야기, 혹은 정원에 대한 강의, 학교 친구들과의 소소한 에피소드, 뭐 이런걸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스페인을 그런 방식으로 소개했던 손미나의 책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영국의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보낸 시간들, 그 곳의 풍광, 사람들, 혹은 영국에서 지내며 떠오르는 단상을 끄적이거나, 주로 이런 내용이었다. 나쁘지 않지만 기대를 저버린 느낌에,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그냥 기대와는 달라서 아쉽기도 했지만 읽어나가면서 책이 좋아졌다. 잔잔하게 풀어낸 게 좋았다. 마치 영국처럼, 무뚝뚝한 듯 그 안에 정이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그냥 에세이가 아닌 여행 에세이로 분류해본다.

읽다보면 레이크 디스트릭트가 궁금해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 곳의 한없는 여유와 잔망스러움을 나도 느껴보고 싶어졌다. 영국은 그저 런던, 오로지 런던뿐이었는데 그 외의 도시가 궁금해지긴 또 처음인 것 같다.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지켜 온 사람들이 똘똘 뭉쳐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자연을 지켜내고 있다는 모습이 보기 좋다. 불편함은 그 곳에선 자유가 되었다.

문득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해본다.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만을 사용하고, 관광객들에게 ‘너무 많이 오지 말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양이며 가축들이 갇혀있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숙박시설이며 교통 시설 등이 자연 환경이나 마을의 득특한 특징을 훼손할까봐 전혀 돌보지 않고 살아가는 동네.

과연 그런 마을을 우리도 가질 수 있을까, 참 많이 의심이 되지만, 그래도 꿈꾸게 된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함도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라고 지켜가는 것. 아...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레이크 디스트릭트에는 존 러스킨, 베아트릭스 포터(피터 래빗의 동화작가), 그녀의 남편 윌리엄 힐리스 등 그 곳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사람과 단체 내셔널 트러스트가 있었다. 자연을 지키기 위해 많은 재산도 아낌없이 기부했다.


레이크 디스트릭트에 대한 조곤조곤한 이야기 뿐 아니라 자연에 대해,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게끔 만드는 책이기도 했다. 무엇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나가야 하는지.

어떻게 보면 책도 자유롭고, 햇살처럼 따스하며 바라보고 있으면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닮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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