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요시다 아쓰히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저기 말이야 연인이라는 거는 여차할때 아무 도움이 안돼 이건 정말이야 하지만 맛있는 수프를 만드는 법을 알고 있으면 어느 때나 똑같은 맛을 낼 수 있지 이것이 내가 찾은 진실 중의 진실이지 그러므로 무엇보다 레시피에 충실하게 만드는 게 중요해(P162)


왜 그런지, 아직 내가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모두 자진해서 감상을 말하려고 했다 평소에는 내가 이리저리 캐물어야 겨우 대답이 돌아오는데 이번에는 스푼을 입에 넣을 때마다 맛있다, 정말 좋다 같은 얘기들이 연달아 나온다.

맛있다는 것은 아마 그런 것이리라 (P171)



주인공 오리군은 '그녀' 가 나오는 영화만 본다

오래된 영화, 같은 영화를 스물여섯 번이나 보기도 한다. 단지 짧은 순간일지라도 그녀가 나오는 부분을 보기 위해서. 영화를 보기 위해 실업자 상태를 유지하기도 했다.

안도씨는 샌드위치 가게 트르와의 주인이다. 퉁명스런 리쓰군은 안도씨의 아들. 이외에 오리군이 세들어 사는 집주인 마담, 녹색 모자를 쓴 묘령의 여인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사건도 없고 화끈한 연애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왜 이렇게 따숩고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인지…

마치 안도씨의 맛있는 샌드위치를 맛보고 있는 기분이다.

오리군이 안도씨에게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드는 비법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을 했었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 해도 빵에 손가락 자국이 남으면 안 됩니다"

혹은 ' 자기 식대로 만든다' 거나 당연한 이야기를 말하기도 했다.

이유야 어쨌든 샌드위치는 맛있었고, 안도씨는 하나의 음식에 정성을 담는 전형적인 일본 요리가였다. 그래서였을까, 잔잔하게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는 것처럼 이 소설도 이유야 어찌되었든 마음을 평안하게,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비오는 거리, 인적 끊긴 거리의 분위기같기도 했다. 투닥 투닥 비오는 소리만 들리고 분위기는 센치해지고 따끈한 국물만 있으면 행복해질것 같은 기분. 혼자만의 고독에 잠겨있다 왠지 힘을 내야겠다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일본 사람 특유의 장인 정신이 난 참 좋다

무엇 하나를 하더라도 허투루 하는 것이 없고 마음을 담는다. 특히나 먹는 것에 그런 장인 정신이 투영되면 감동이 피어오른다.

샌드위치 하나 수프 하나, 심지어 팝콘 마저도 하나하나 특별해지기 때문이다

배우고 싶은 인생의 자세의 자세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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