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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선옥 옮김 / 집사재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조제는 언제나 그 책을 읽었다>라는 책 속에서 발견한 이 책을 친구네 책장에서 본 순간, 얼른 집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내용일지 항상 궁금하게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이 잔잔하게 서술되어 있는 책. 일상을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 생각할 기회를 주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 활개치며 성큼 성큼 뚜벅 뚜벅 걸어가는 사람들 가운데, 울부짖는 아우성 속에, 마차, 자동차, 버스, 짐차, 그리고 허청허청 발을 질질 끌면서 춤추는 샌드위치맨 속에, 악대와 손풍금 속에, 환성과 종소리와 그리고 머리 위를 나는 비행기의 기묘하게 찢어지는 듯한 폭음 속에, 이러한 것들 속에 그녀가 사랑하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인생이 있었다. 그리고 런던이 있었고, 6월의 이 순간이 있었다. (p11-12)
읽는 동안 괜시리 마음이 들뜨고 찬란한 6월의 한 순간을 함께 하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댈러웨이 부인이 자신이 직접 꽃을 사와야겠다고 중얼거리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되었다. 그날 밤에 그녀는 파티를 열 예정이었다. 버지니아 울프를 논할 때면 항상 이야기되는 의식의 흐름 기법이 현란하게 펼쳐진다. 댈러웨에 부인이 꽃을 사러 가면서 길에서 보는 모든 것들이 허투루 사라지지 않고 하나하나 연상되는 생각과 함께 나열된다. 그녀 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의식을 우리는 놓치지 않고 지켜 볼 수 있다.
어떤 여자들에게는 이 세상에서 결혼 생활보다 더 해로운 것은 없을 것 같이 그에게는 생각되었다. (p66)
물론, 책 한 권을 읽는 동안 누군가의 생각을 알게 된다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내내 고통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뚜렷한 사건은 벌어지지 않고,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번민하고, 짐작하고, 후회하고, 이렇게 의식의 나열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소설은 자꾸 자꾸 사람을 끌어들인다. 누군가의 생각을 이토록 진지하게 들어주기도 오랜만이었다.
제인 오스틴이나 브론테 자매 등 이제까지의 여류 작가들과는 다른 특별함이, 버지니아 울프에게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