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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낯선 여행 ㅣ beyond the travel 1
이혜승 지음 / 에디터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터키에 관한 여행에세이였을 것이다. 저자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약간은 시니컬한 유머가 넘치는 터키에 관한 책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친구의 집 책장에 꽂혀 있던 이 책을, 저자의 이름 때문에 꺼내 읽게 되었다. 이번엔 모로코였다. 책이 출판된 순서는 터키에 관한 책이 나중인지 저자의 약력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무얼 먼저 읽던지 상관은 없겠지만, 다 읽고난 지금, 솔직히 터키에 관한 책이 좀 더 마음에 든다.
내가 이슬람 문화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된 것은 스페인을 여행하고 나서일 것이다. 스페인의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을 방문하고선 알았다. 우리나라의 세공술이나 문화가 타문화에 비하면 그리 세밀하거나 정교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무지개색 눈꽃 결정같은 무늬가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패턴은 작정하지 않고서야 그렇게 표현하기 힘들어 보였다. 아, 진짜 너무 예쁘잖아, 진짜 정교하다, 감탄도 이어졌다.
모로코는 그런 이슬람 문화가 도시 곳곳에 스며 있는 곳이다. 그들에게 그것은 일상과도 같을 것이다. 하지만 또한 그런 정교하고 세밀한 무늬가 새겨진 벽과 문만이 모로코 일상의 전부도 아니었다. 사막의 건조한 기운이 느껴진다. 세밀한 무늬과 강렬한 색감은 건조함을, 팍팍함을 이겨내기 위해서 필요했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정말 오랜만에 여행 에세이를 읽었다. 아니 책 한권을 제대로 정독하기가 오랜만이다. 그래서일까. 책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이렇게 두서없는 이야기만 나온다.
책은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여행에세이에 필수적인 사진도 마음에 든다. 글과 사진이 모두 훌륭한 여행에세이는 그리 흔하지 않다. 저자의 이름을 기억해두어야 할 이유가 된다.
그리고 여행에세이는 후유증을 남긴다. 가을은 떠나기에 참 좋은 계절이 되고, 여행에세이는 부추기는데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다.
뭐, 어쩌겠는가. 한동안 앓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