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사생활 - 사유하는 에디터 김지수의 도시 힐링 에세이
김지수 지음 / 팜파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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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참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다.

도시는 개인의 사생활을 CCTV 외 여러 가지를 통해 끊임없이 지켜보며 참견하기도 하지만, 독거노인이나 노숙자의 쓸쓸한 죽음을 모른 척 하기도 한다. <도시의 사생활> 이란 제목을 접했을 때 생각이 많아졌다. 나도 도시에서 살아가지만 아직 도시와 친해지지 못했다. 이해 못할 부분을 많이 가진 것도 같고, 내가 생각했을 때 도시는 참 얄밉고 이기적이니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도시에서의 생활을 어떻게 묘사할지 궁금했다. 나한테만 얄밉고 이기적인 게 아니었다면 뭐, 다행이네, 괜찮네, 생각하고 싶었달까.


패션지 <보그>의 피처 에디터로 일하는 저자에게 도시는 그를 모욕하고 배신한 존재다. 상처주고 모른 척하는 건 예사요, 전쟁터였으며 가장 고독한 생명체이기도 했다.

도시 때문에 그녀는 우울과 불안을 갖게 되었고, 그로 인해 병원을 다녔으며, 전전긍긍 다이어트를 시도했고, 달콤한 아부를 남발하며 원더우먼이 되고자 했다. 

불안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불안한 상황 속으로 자발적으로 뛰어드는 게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는 것도. (p35)


그녀는 잡지사 에이터답게 도시 속에서의 삶을 표현했다. 책은 광고와 사진만 없다 뿐이지 잡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일까.

참 좋은 말도 많고 다양한 얘기를 담고 있지만 정작 내 삶과 비교하면 뭔가 수준차이 나는 기분이 드는 걸 어쩌겠나. 푹푹 끓인 곰탕이나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김치찌개가 아닌 고급 프랑스 요리를 앞에 두고 모르는 것 투성이라 포크며 순서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듯한 난처한 기분도 든다. 칼로 잰 듯 벌레 하나 들어갈 틈 없이 복원된 궁궐의 돌담보다 바람도 지나가고 벌레도 지나가고 세월도 지나가는 제주의 검은 돌담이 그리워진다. 그녀의 글은 비유와 인용 등으로 풍성하지만 가슴 밑바닥의 그것은 건드리지 못했다.

그래, 그래,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이런 기분 알 것도 같아... 끄덕끄덕은 하는데 거기까지!

그렇게 품위는 때로 웨이팅 리스트에 줄을 서서 구한 샤넬 2.5백보다 높은, 그러니까 미학적 제스처보다는 끝없는 노력과 신념의 문제로 승화된다. (p77)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 한번 올린 적 없고, 그 전에 왜 백을 기다려가면서 사야하는지 이해 못하는 내게 이런 표현은 단어 하나하나의 이해 뿐 아니라 단어가 모여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이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에서조차 고급스러움이 뚝뚝 떨어져 어찌할 바를 모르겠기도 하고.

열심히 일하되 그 일을 억지로 사랑할 필요는 없다고. 만약 그 일이 내 영혼을 피폐하게 만들거나 깊은 한숨으로 가슴뼈를 내려앉게 만든다면 내 마음을 자부심과 희망으로 채울 수 있는 더 좋은 일을 찾으라고 말이다. (p222)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내린 결론에는 동의한다.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으로 치장했지만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재채기처럼, 한차례 시원하게 쏟아낸 후 그녀는 아주 소박하면서도 일상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변덕스럽고 불친절한 이 도시와 사이좋고 풍요롭게 사는 법’,

저자만의 방법을 알고 싶다면 <도시의 사생활>을 펼쳐보시길.


한가지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적어도 도시는 나에게만 얄밉고 이기적이진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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