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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의 시간 - 도시락으로 만나는 가슴 따뜻한 인생 이야기
아베 나오미.아베 사토루 지음,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도시락’이라니,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인가!
잠시 고등학교 때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 때는 도시락을 두개씩 가지고 다녔었다. 점심 도시락 뿐 아니라 저녁까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원에 가기보다는 학교에서 자율학습이란 걸 했다. 특히나 겨울이면 보온 도시락 두개를 가지고 다녀야 했는데 가방 보다 큰 도시락 가방을 들며 ‘ 먹으러 학교에 가나?’ 라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먹는 도시락은 정말 꿀맛이었으니 힘들게 가져간 보람이 컸었다. 아, 이제는 미소 지으며 떠올리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았다.
‘도시락의 시간’은 그런 도시락과 관련된 이야기책이다.
제목만 듣고서는 ‘도시락 싸는 법’과 같이 요리책이 아닐까 짐작했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도시락’과 그 사람에 관한, 직업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래도 말이죠, 단순 반복 작업이라 해도 즐거움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나는 그걸 발견했죠. 그래서 이 일이 참 좋아요. (p32)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 행운도 따라오나 봐요 (p184)
도시락의 주인( 무덤덤한 표정으로 사진기를 바라보는 사진이다. 그런데, 참 뭐랄까 미소지으며 정감이 간다.), 맛있는 도시락 사진이 담긴 페이지를 넘기면 도시락의 주인이 나를 향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도시락을 싸준 사람이 누구인지, 왜 이런 도시락이어야 했는지, 혹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웃나라 일본의 이야기이지만, 왠지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도시락’이란 소재가 주는 뭉클한 감동이 있기도 했다. 아, 이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도시락을 준비해서 다닐 정도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구나! 부러운 감정이 일기도 한다. 한 끼를 때우기 위해 집에 있는 반찬을 담아왔을 뿐인 도시락도 있을 테지만, 대부분이 가족이, 혹은 스스로가 정성을 담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도시락 하나에도 이렇게 진심을 담는 사람들은 역시나 인생 역시 진심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보기 좋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선 도시락 쌀 일이 없어졌는데, 괜시리 도시락을 싸서 근처 공원에라도 가서 먹고 오고픈 충동이 인다. 밥알을 꼭꼭 씹으며, 맛있는 반찬을 먹으며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인생에 진심을 담고 싶어졌다. 너무 거창한가?
하지만 마지막 담는 글 속의 ‘도시락을 통해서 느림의 관계가 시작됐다’는 저자의 말처럼 세상의 모든 일이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믿는다. 그걸 ‘도시락의 힘’이라 부르던, ‘인생의 진리’라 부르던 상관없이 일상이 가진 작은 힘을 믿고 싶어지게 하는 책, <도시락의 시간>이 내게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