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길을 걷다 - 펜 끝 타고 떠난 해피로드 산티아고
김수연 지음 / 큰나무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스페인의 순례길. 장장 800km의 길이를 온전히 두 발로 걸어내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이야기는 언제 보아도 즐겁다. 길에 등장하는 마을이며 다리, 기념물 등은 이제 하도 봐서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까지 했다. 이런 상태로 길을 걸으면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어서 오히려 실망하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될 지경이다. 그렇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건 나의 걱정은 그저 걱정일 뿐이라는 것.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다들 다른 이야기를 전해온다. 어차피 사람을 만나고 어차피 길이 주는 깨달음을 적는 것이지만, 참 다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웹툰으로 ‘비바 산티아고’를 보는데도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구나, 느꼈다. 신기하다. 그게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이 가진 힘일지도 모르지만.


보통 여행 에세이는 사진과 글이 주를 이루지만, 이 책은 글과 그림이 주다. 마치 오기사의 일러스트를 연상시키는 산티아고의 그림에서는 정성이 느껴진다. 잘 찍은 사진만큼의 효과를 지녔다. 길을 걸으며 고비 때마다 자신을 지켜준 건 같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었다는 이야기는 뭉클하다. 아, 사람이 언제나 힘이다. 여행책을 보며 요즘 내가 느끼는 건 바로 이 사람의 힘이었다.

순례길에서 저자가 만난 사람들 역시 그랬다.


책의 에필로그엔 ‘망설이는 꿈으로 남겨둘 것이 아니다’라고 적혀 있다.

나에게 건네는 말이 아닐까, 싶은데 여전히 나는 망설이고 있다.

언젠간 꼭, 이라며 다음으로 미뤄두고만 있는 순례길 여행.

아직은 망설이는 꿈으로 남겨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보는 부적처럼 그렇게 위로받는 상태여도, 아직은 괜찮다. 비록 언제까지 괜찮을지 확신은 없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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