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표지에 있는 소설로 그린 자화상 성년의 나날들이란 글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이해 못하고 읽어나갔다. 단순히 소설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 것은 책을 거의 다 읽어갔을 무렵 나온 나목이란 소설 제목때문이었다. 그제서야 책의 앞 뒤를 살피고, 작품 해설을 통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쩌면 그리도 무딘지.

 

이 책 한권만 읽어도 무방하겠지만, 제대로 읽고 싶다면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란 소설부터 읽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 책이 작가의 유년 시절을 다루었고, 이 책은 성년이 되었을 때, 한창 한국전쟁 중일 당시를 보여주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맞게 읽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책을 읽어나가며 대구에서 본 근대의 풍경과 지금 내가 있는 프놈펜의 사람들이 계속 떠올랐다.

전쟁 속에서, 혹은 가난 속에서도 사람들은 끈질기게 생을 이어간다. 때론 악다구니치고, 때론 나쁜 짓도 서슴지 않고, 때론 모른 척하며, 그렇지만 열심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어간다.

그렇게 삶을 살아온 한 가족, 그리고 작가 스스로의 이야기가 왠지 묘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지식이 많다고 생이 쉬운 것도 아니요, 전쟁이란 사람의 인생을 마음대로 움직여 내동댕이쳐버리는 나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도둑질을 함께하며 마음을 나누는 올케와 시누이 사이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집안의 기둥 똑똑한 장남을 말을 통하지 않는 못난이처럼 변하게도 했다. 살아가기 위해 서울대생이 엉터리 영어를 써도 오히려 반기는 세상.

그녀가 살아낸 세상은 그렇게 상상으로만 짐작해볼 수 있는 세상이지만, 내가 영상으로 보고, 듣고, 직접 다녀와 본 모든 정보를 총집합해 이해해 볼 수 있는 세상이기도 했다.

만약 내가 이 세상을 살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냈을까?

나라도 다를게 있을까, 왠지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박완서 선생님께서는 올해 1월 돌아가셨다. 그 분의 책 <오래된 농담> <친절한 복희씨>를 좋아한다. 특히 <친절한 복희씨>를 읽으며 소설가로 살아가는 삶을 꿈꾸기 시작했기에 더욱 의미깊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그 분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가지게 되다니 왠지 마음이 풍족해지는 기분이었다. 조금은 슬프고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약해져버린 인간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 아련하고 기억해야할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박완서 선생님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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