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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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을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실제로 책을 앞에 두고 스르륵 펼쳐보기를 몇번 하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여백이 부담스러웠다. 그 많은 여백에 비교하여 너무 짧은 글은 마음에 부족함을 느끼게 했다.

책과 독자 사이엔 분명 어떤 시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종의 타이밍같은 것 말이다.

그렇게나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하악하악> 책이 지금은 눈에 들어오고, 들어오다 못해 재밌게 읽히기까지 한다. 눈으로 글을 쫓으면 머릿속에서는 이외수 선생님 특유의 톤으로 재생되는 그런 느낌까지 든다. 이러니안 재밌을 수가 없지.

 

감당하기 힘들었던 여백이 지금은 여유로 다가온다. 나도 잘 못쓰는 인터넷 용어에 외계어 같은 단어까지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글을 쓰시는 꽃노털 옵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새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나에 대해,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여백은 그래서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이제는 생각하게 된다.  

 

예술은 모방으로부터 출발한다는 말은 예술에 접근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사탕발림에 불과하다. 모방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기술이지 예술이 아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예술은 모방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p78)

 

나는 소설가의 시각으로 그놈들을 관찰하면 되지 반드시 생물학자의 시각으로 그놈들을 관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p130)

 

가난한 사람들은 대개 돈을 욕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p85)

 

세상이 변하기를 소망하지 말고 그대 자신이 변하기를 소망하라. 세상에게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불만과 실패라는 이름의 불청객이 찾아와서 포기를 종용하고,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성공과 희망이라는 이름의 초청객이 찾아와서 도전을 장려한다.

그대 인생의 주인은 세상이 아니라 그대 자신이다. (p244)

 

<하악하악>은 짧은 문장의 글모음이다. 그것은 어느날 문득 스쳐 지나갈법한 생각이기도 하고, 작가가 겪었던 재미난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명상처럼 생각을 함께 공감하고, 나도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았다. 글과 함께 실려 있는 우리 강에 사는 물고기 세밀화는 사진만큼 정교하여 놀라움을 느끼게 한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물고기들이 이런 모습을 지녔구나, 새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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