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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오페라의 유령>이란 말을 들으면 먼저 유명한 주제곡부터 머릿속에서 쿵쾅대기 시작한다. 웅장하면서도 강렬한 악기 사이에 어우러진 남녀 주인공의 애절한 화음.
정확한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음악과 그 장면 때문에라도 아름다운, 그러나 슬픈 결말의 사랑 이야기라고만 생각해왔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만 생각해왔기에 소설 <오페라의 유령>은 좀 낯설다. 그런데 이게 왠일!
소설 <오페라의 유령>의 원작자가 바로 가스통 르루라고 한다! 가스통 르루는 추리 소설 <노란 방의 비밀>의 작가이며, 탐정 룰루타비유를 만들어낸 사람이 아니던가! 그 책을 정말 재밌게 읽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같은 작가라고 해서 많이 놀랐다.
<오페라의 유령>은 <노란 방의 비밀>과 같은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어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한다. 책이 출간될 당시에는 ‘공포 추리 소설’ 장르였다고 하는데, 지금 읽기에는 그다지 공포스럽지 않다. 다만, 오페라의 유령이라 자신을 지칭하면서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신출귀몰하는 그의 모습은 놀랍다. 사람들은 그의 모습을 스쳐 지나가듯 볼 수 있거나 아니면 그의 목소리만을 들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극장에서는 사람이 죽거나 상들리에가 갑자기 떨어지는 등의 그의 비위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채기도 전에 이미 사고를 당하게 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그런 그가 단 하나,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가게 되는데…
소설을 읽고 나니 이 복잡하고 얽혀 있는 이야기와 오페라 극장의 모습을 도대체 어떻게 무대 위에 표현했을지 궁금해진다. 마침 집에 영화 <오페라의 유령>이 있으니 얼른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선택한 삶이 오히려 자신에게 더 큰 불행을 가져다 주는 것인지 몰랐던 불쌍한 오페라의 유령을 위로해 주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