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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 산다는 것 - 우리 시대 작가 17인이 말하는 나의 삶 나의 글
김훈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1년 9월
평점 :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 나는 소설가다. 나는 이렇게 글을 쓴다.”
글 쓰는 법에 관하여 지금 이 시대 ‘소설가’로 살아가고 있는 17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사람의 글이 아니기에 각각의 글에는 저마다의 개성이 넘친다. 그래서 새롭다.
앞서 말했다시피 직설적으로 이렇게 글을 쓰면 된다! 라고 하는 방식이 없다. 언뜻 읽어서는 단편 소설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을 읽을 때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런 마음이다. 어떤 이의 글은 유쾌하고, 어떤 이의 글에 담긴 행간의 의미를 유추해보기도 한다. 글이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분석하기도 했다.
가끔, 쓰는 사람이 재미없게 쓰든 재미있게 쓰든, 재미있게 읽는 사람이 아주 많은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개는 쓰는 사람은 재미있게 쓰고, 그걸 재미있게 읽는 사람은 퍽 드문 것이다. (p71)
형, 소설은요 인생을 별로 겪지 않은 자가 쓰는 거예요. 인생을 다채롭게 경험한 자들은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자신의 체험을 문장으로 보고하거나 기록할 능력이 없지요. 문장은 치열한 연마의 소산이기 때문이에요. (p 78)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하는 수 없이 원고를 편집자에게 넘긴다. 이게 아니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면 무엇인지는 알기 어렵다. (p85)
글을 쓸 때, 나는 늘 희뿌옇고 몽롱해서, 저편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시간과 공간 속을 헤맨다. 단어와 단어들을 겨우 잇대어 가면서 그 희뿌연 시공을 기어서 건너가는 꼴이다. (p88)
어느 소설가는 자신의 소설을 예로 들어 소설 쓰기를 설명하기도 한다. 또 다른 소설가는 퍼즐 맞추기를 예로 들어 소재를 찾아내고 각각의 정보를 조합하는 법을 말하기도 한다. 소설가 김훈씨의 독백은 겸손을 가장한 것인지, 혹은 투정같이도 느껴지지만 가장 솔직한 표현으로 가슴에 와닿는다. 어쩔 수 없이 글을 쓰기도 하고, 목숨이 경각에 다다른 것처럼 허겁지겁 써내려가기도 한다. 글을 쓰면서도 어떻게 쓰고 있는 것인지 감을 못 잡기도 하고, 따로 설명을 해볼 방법을 찾지 못하기도 한다.
습작 한 편 없이, 글을 쓸 줄 안다는 증거는 오로지 일기장 한 권 뿐인 대책없는 늦깎이 문학소녀를, 도대체 그는 무엇을 보고 믿어버린 것일까?
l 누구나 한 걸음부터 시작한다. (p135)
토크쇼 진행자가 스티븐 킹에게 어떻게 글을 쓰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 한번에 한단어씩 쓰죠. “ (p144)
누구나 알다시피 소설쓰기의 핵심은 생각하기와 쓰기에 있다. 무언가를 포착하고 쓰기 시작하면 이제 세상에 가서 닿을 은유를 찾아 모색이 시작된다. (p214)
형식이야 어떻든 지금 소설가로 살아가는 이들의 소설 쓰는 이야기이다. 읽다보면 가슴 저편 아련하게 다가오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 가장 힘들고, 또 힘든 작업이지만 그들이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글쓰기를 계속해나가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도 같다. 어쨌든 밖에서 보는 그들은 행복한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