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요정
김한민 글.그림 / 세미콜론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보는 순간 도대체 저자는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부터 생겼다.

“ 그리스 비극의 가면 제작사를 다룬 만화 [유리페데스에게]를 시작으로 그림책 [웅고와 분홍돌고래], 그래픽 노블 [눈먼 시계공]과 [STOP!]시리즈의 일러스트를 맡았다. 또 크리에이티브 매거진 <1/n/>의 편집장으로 일하며 ‘그래픽 노블 인터뷰’등 픽션이 가미된 실험적인 기사들을 기획하기도 했다. ”

약력을 읽는데 아는건 <눈먼 시계공> 밖에 모르겠다. 동아일보에 연재될 당시 그림을 보긴 했던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우화적인 이야기에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번개맞은 듯 쭈빗쭈빗 서버린 머리를 가진, 성별조차 알 수 없는 표지의 아이가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지 첫 장을 넘기고 조용히 기다려 본다.

  누구나 자기만의 공간을 하나씩 갖고 있겠죠?

   혼자 생각에 잠기거나 감상에 빠지고 싶을 때,

   눈치 안 보고 실컷 울고 싶을 때 찾아가는 곳...

   사적이고 상처 받기 쉬워서 사람 때를 탈까 봐

   늘 염려가 되는, 다른 곳은 다 양보하더라도

   여기만큼은 이대로 영원히 변치 않았으면 하는

   그런 공간 말이예요.


 

 

처음부터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이자,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와 맞닥뜨리면 절대 이것은 거짓이다! 라는 생각으로 대항할 생각을 하면 안된다. 이런 소녀가, 이런 공간이, 이런 아버지가,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그랬구나, 공감하고 이해해야 한다. 누군가와 대화를 시도할 때 마음을 열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마음을 열고 소녀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다 보면 조금 슬퍼진다.

우리는 왜 상상력을 잃어가고 있을까.

우리는 왜 무엇을 잃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가끔은 이런 책을 만나 우리는 생각에 빠져 보아야 한다. 그저 앞으로만 나아가지 말고, 주변을 돌아보고, 머물러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싶다.

내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그냥 살아가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