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라이프

스틸 라이프 ㅣ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지만 이런 추리소설의 모양새는 왠지 비슷비슷하다. 뭔가를 암시하고 있는 듯한 의미심장한 표지 그림도, 두툼하기만 해서 읽기도 전부터 조금 질리게 하는, 그렇지만 그만큼의 기대 또한 갖게 하는 두께도, 맨 뒤를 장식하고 있는 세계 유수 언론의 추천글도 그런 느낌이 들게 하는데 일조한다.

<스틸 라이프> 조용한, 고요한, 정지된 삶 정도로 해석이 될 제목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살인자, 그가 나타나지만 않았더라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을 마을, 스리 파인스였을텐데......  그래서 마을 주민들도 여전한 삶을 누리고 있었을텐데, 그의 등장으로 마을은 혼란에 빠져든다. 스리 파인스에서 제인 닐의 시체가 발견되고 살인인지 아닌지 여부와 살인 무기를 찾기 위해 가마슈 경감팀이 나선다.

  <스틸 라이프>는 루이즈 페니의 데뷔작으로, 가마슈 경감은 이후 시리즈로 나올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가마슈 경감은 팀원들이 경쟁보다는 협동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길 바랬고, 오랫동안 경찰 일에 종사하며 얻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후배들에게 알려주는 믿음직한 보스지만, 그래서 본인 스스로는 승진에서 매번 누락되어 안타까운 인물이다. 몇 번 등장하지는 않지만 가마슈 경감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분명한 그의 아내와 경감의 관계는 왠지 심농의 매그레 경감이 떠올리게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두 경감의 분위기도 왠지 비슷한 것 같다.  어쨌든 이런 가마슈 경감이 스리 파인스의 착한 주민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 <스틸 라이프>이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마을 분위기처럼 차분하고 조용하다. 심술궂은 캐릭터 몇몇이 약간의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가마슈 경감의 캐릭터는 아직 정확하게 확립되지 않았고, 이야기 전개는 가끔씩 어디로 튈지 모를 럭비공과 같은 산만함과 늘어지는 지루함을 보이기도 하지만 첫 작품치고는 무난하게 결말에 안착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범인처럼 완벽하게 꾸며진 용의자는 범인이 아니고, 의외의 인물이 범인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화끈한 액션이나 스릴러물을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지만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추리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