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 도시를 삼키는 거대한 구멍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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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였나, 올해부터였나?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컬투쇼> PD라고 소개하는 이재익 작가의 작품이 연이어 소개되고 있다. 지금 딱 떠오르는 책만해도 <카시오페아 공주> <아이린> <압구정 소년들> 세 권이나 된다. 보통 작가들이 몇 년에 한 권 작품을 낼까말까한데 짧은 기간동안 많은 작품을 쏟아내듯 선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 부럽기만 하다. PD라는 직업 하나도 솔직히 힘들텐데 작가까지 겸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족이 길어졌지만 예전부터 그의 작품에 대해 궁금해왔었기 때문에 <싱크홀>이라는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재난 소설’에 대한 기대 역시 컸었다.

그나저나 <싱크홀>이라는게 정확히 무엇일까?

마치 블랙홀처럼 땅 속으로 빨려들어간 구멍을 싱크홀(Sink Hole) 이라 한다. 책 속의 표현을 옮기자면 ‘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되면서 땅이 꺼지는 현상’ 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거짓말처럼, 합성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지구 곳곳에서 벌어진 의문의 구멍을 볼 수 있다. 깊이가 대체로 수백미터에 이르는 것도 있다고 하고, 대체로 둥근 형태로 누가 다듬은 것처럼 매끈하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이 바다에서 일어나면 블루홀이라고 하는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아름다워 전세계 다이버들을 불러들이는 존재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지상에서, 그것도 막 지어진 123층 고층 빌딩 아래에서 벌어졌다면 얼마나 끔찍한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을런지. 소설은 그러한 상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삼풍 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등 각종 재난을 현실에서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고 해도 만약 그러한 일이 정말로 일어나는 것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특히나 정말, 책의 배경이 반포라고 했지만 롯데월드 옆에 있다는 고층 빌딩 시저스 타워라고 한다면, 진짜로 그 곳에 들어설 고층빌딩을 상상하고는 괜히 으스스해질수도 있다.




등장인물은 산악인 혁, 소희, 산에 미친 혁과 이혼을 한 영희, 부부의 딸 안나, 영희가 하는 꽃집의 직원 민주, 민주에게 반한 M&W 그룹 회장 아들 동호 등이 나온다. 이들이 마치 불빛에 모여드는 나방들처럼 각각의 이유로 시저스 타워 개장식에 몰려든다. 그들 뿐 아니라 어찌보면 역사에 남게 될 한국 최고층 건물의 개장식이기에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도 있다. 모두들 행복하고 즐거워하고 있을 그 시간, 갑자기 건물이 땅으로 사라져 버린다.

수직낙하해버린 고층 빌딩이라니!

벌어진 재난 앞에 사람들은 당황하고, 생존자를 찾기 위한 수색이 벌어진다.




<싱크홀>은 이렇게 벌어진 재난 앞에 등장인물들에게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재난 뒤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 위한 사투를 배치하고 있다. 감당하기 힘든 재난과 그 과정에 얽힌 사람들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그동안 각종 영화를 통해 많이 봐왔을 것이다. <타워링> <타이타닉> <투모로우> <데이라잇> <볼케이노> <트위스터> <아마겟돈> 등등. 재난 영화를 볼 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재난이후 그것을 사람들이 어떻게 이겨내고 어떻게 한마음으로 뭉쳐 감동을 이뤄내는가가 아닐까 싶다. 올바른 방식으로 정당한 노력을 한 사람에게 희망이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싱크홀>은 참 속도감있게 전개된다. 핵심만 골라 설명해주는 것처럼 등장 인물에 대한 소개를 딱딱 짚어서 풀어낸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그 방식에 처음에는 푹 빠져들게 된다. 이야기 소재를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안목도 탁월하다. 등장인물이 얽히는 방식도 평범한 듯 하지만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비슷한 비율로 재난 전과 후를 배치하고 있지만, 재난 전의 상황보다 재난 후의 상황에 좀 더 주력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했다. 앞에 들인 공만큼 재난 후 사람들이 어떻게 극복하는지 그들이 어떻게 희망을 찾아가는지 잘 펼쳐 놓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부분에서 딱딱 떨어지는 군더더기 없는 문체는 감동을 찾는데 방해물이 되어버렸다. 이 사람은 이렇게 되고 저 사람은 저렇게 되고 사실만 나열하는데 그쳐버린 결말, 올바른 방식, 정당한 노력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 찾아온 희망 등은 허탈하기만 하다.


내가 이 책에 별 셋을 붙인 것은 이 책이 딱 그만큼이기 때문이다. 나쁜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고 딱 중간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나서 딱 별 셋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작의 작가인만큼 다른 작품을 곧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되는데, 다른거 없다. 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진다면 나중에 정말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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