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을 망치고 나서야, 사람들은 건강을 생각하고 올바른 식습관이나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의사들이 보통 잘 드시고 운동 많이 하세요, 그게 건강을 지키는데 가장 중요한 것 입니다,라 말해도 바쁘다는 핑계를 대거나, 알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이야기해 달라고 하며 소홀하기 쉽다. 하지만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책 속에서도 이야기하지만, 전국의 좋은 것은 다 드셨던 임금님이 절에서 소식하며 채식 위주의 단순한 음식을 드셨던 스님들보다도 오래 살지 못했다.
바쁜 생활, 한쪽으로 치우친 영양, 나쁜 식습관...
현대인들은 몸이 고통받을 수 있는 모든 안 좋은 것들만 골라서 하고 있다. 사찰 음식이 주목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어진다.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은 그래서 더 반갑다. 스님께 배우는 사찰음식도 좋고, 음식과 관련한, 불교와 관련한 스님 이야기도 재밌다.
우리 몸은 자연 치유력을 가지고 있고, 식습관을 철저하게 바꾸면 누구나 자기 안에 내재된 자연치유력을 되살려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p9)
스님도 1년이상 사는 것을 장담하기 힘든 간경화로 고생하시다가 사찰 음식에서 해답을 얻고 20년 이상 오래 살고 계신다. 단순한 조리법으로 요리한 채식 요리를 통해 본인도 건강을 되찾고, 그렇게 되찾은 건강의 소중함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있다. 수행의 연장이라 생각하며 요리를 하실 때의 스님의 마음은 따스한 어머니의 마음이다. 그래서 재료를 준비하는 것부터 정갈하고, 요리를 하는 장소 또한 그래야함을 강조한다. 재료가 좋다면 굳이 많은 향신료나 다른 재료가 없어도 그 자체로 맛있다.
만약 요리법을 배우고 싶어서 이 책을 펼쳤다면 실망할수도 있겠다. 소개된 요리가 그다지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스님께서 내신 다른 책을 참고하면 된다)
나의 경우는 오히려 요리법과 이야기가 함께 뒤섞여 있어서 더 좋았다. 가장 중요한 김치 담그기와 장담그기가 소개되어 있고, 별미로 먹을 수 있는 연잎밥, 단호박 된장국수, 표고버섯냉면, 팥죽, 건강식 반찬 가지찜, 양배추김치, 애호박전, 콩나물잡채, 쇠비름나물, 엄나무순전 등의 조리법이 담겨 있는데, 흔하게 먹는 반찬이 아니어서 흥미롭고, 만들어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또한 음식을 만들때의 마음이라던지, 먹을 때의 자세, 음식을 통해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고 있다.
단순히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충실하게 삶을 채워나가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먹어야 하는구나, 그래서 잘 먹어야 하는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도록 한다.
나는 모든 생명이 나와 둘이 아니고, 자연과 인간이 둘이 아니라는 것을 음식을 통해 깨닫게 해주고 싶다. (p39)
선재스님의 사찰 음식 이야기를 보고 다른 사람들도 먹는 것의 중요함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바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