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이는 자 2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이런 사람이 존재한단 말인가?

믿을수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보지만, 작가가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말을 하고 있고, 추천의 말에 적힌 표창원 교수의 비슷한 실제 사건 이야기에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 또다시 고민하게 된다. <CSI> 나 <크리미널 마인드> 라고 하는 범죄 수사물을 잘 보는데, 거기에서 정말 인간이기를 포기한 범인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전혀 그럴 생각이 없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범행을 저지르게 한다는 ‘속삭이는자’만큼 충격적이지는 않다.

“ 신은 묵묵히 지켜볼 뿐이야. 악마가 속삭이는데도. ” (2권 p44)

이 문장을 보고 그저 범인을 악마에 비교해서 묘사한다고만 쉽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보다 다른, 뭔가 한차원 더 높은 곳의 존재였다.

“ 일부 심리학자들은 심신이 미약한 사람들을 교묘히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당신같은 인간들을 ‘속삭이는 자들’ 이라고 지칭하지. ” (2권 p373)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헤집어 놓거나, 충동질하여 범죄를 행하게 한다.

그래놓고는 자신은 법망에 걸리지도 않고 또 다른 사람, 또 다른 사람, 자신을 대신해 범죄를 행할 사람을 물색한다. 심신이 미약하고 슬픔에 젖어 있거나 분노가 가득한 사람들은 쉽게 그의 마수에 걸려들었다.

범인이 시체를 가져다 놓은 곳은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범죄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남겨진 곳이었다. 언뜻보면 악으로 선을 행하는 듯한 모양새를 지녔다. 범죄 장소가 된 곳은 알렉산더 버먼, 로널드 등이 저지른 극악무도한 짓의 증거가 되는 장소이지만, 어김없이 그 장소엔 ‘앨버트’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리고 속삭이는 자들은 그저 옆에서 다른 사람의 귓가에 입김을 불어넣고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자, 어때, 해봐. 너에게 기쁨을 가져다줄거야. 하면서.

어느새 앨버트와의 만남이 앞에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의 존재를 믿고 싶지 않다.

사실적이고 세밀하지만, 여전히 쌀쌀맞고 덤덤한 문체의 책때문인지 흥분이 되지 않는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어, 보통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들면서 안도감과 함께 뿌듯한 감정이 찾아와야 하지만, 여전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만 있다.

이럴수는 없어. 부정하고만 싶다.

책은 끝났지만 의문투성이다. 아니라고, 믿지 않고 싶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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