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화장실에서 똥 눌까?
안야 프뢸리히 지음, 게르겔리 키스 그림, 유혜자 옮김 / 소담주니어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도 화장실에서 똥눌까?> 책을 처음 봤을때,  조카 녀석이 세살이었을 2006년의 정경이 떠올랐다.
기저귀를 떼기 위한 배변 훈련을 시작했을 무렵인데, 그 과정이 어른인 우리가 볼때는 힘들기만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녀석과 언니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일기장에 담아놨을까.

 그 때를 기록한 일기장엔 이렇게 적혀 있다. 
" 쉬통에 쉬-- 해보라고...하면서 한시간? 그건 좀 심한가? 삼십분 이상 시켜봤지만 실패!
쉬통을 대고 있었다. 싫어하지 않았다.. 에 큰 의미를 두기로 했다" 


  

여느 날과 똑같은 날, 숲에 특별한 일이 생겼다. 작은 파란색 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동물들을 위한 화장실이었다. 
공원 관리인 아저씨가 동물들이 아무 데나 똥을 누지 못하게 하려고 갖다 놓았다.



멧돼지 그룬처 박사를 시작으로 하나, 둘 동물들은 화장실을 사용해 보기 위해 안으로 들어간다. 
멧돼지 그룬처 박사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다. 
곰돌이 하르트도 씩씩하게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다. 
화장실에 들어간 하르트. 정신을 집중해 힘을 줬는데도 똥은 커녕 오줌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나온 하르트는 자신이 볼일을 보지 못했다는 걸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



고슴도치 페터, 토끼 엘리노어, 여우, 사슴 아론, 부엉이 율리아나도 차례대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각각의 동물들은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했다.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동물들은 모두 자신들이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숨겼다. 
모두들 화장실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멧돼지 그룬처 박사는 다시 화장실을 사용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파란 작은 집 안에서 볼일을 보는 것은 싫었던, 
다른 동물은 똥냄새에 섞여 돼지 똥 냄새가 나지 않을 것을 걱정한 그룬처 박사는 변기를 떼어 밖으로 들고 나가 숲 속 멧돼지 냄새가 나는 곳에 가서 뚜껑을 열고 시원하게 볼일을 본다. 

서로 다른 이유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지 못했던 동물들의 그림을 보면서 조카가 떠오른다. 
언니와 내가 번갈아 가며 " 화장실에서 쉬해볼까? " 하고 물었을때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네 했던, 
그렇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던 조카의 모습이 겹쳐진다.

멧돼지 그룬처 박사처럼 마음이 안정되고, 자신에게 맞는 장소를 찾아냈을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는 일을 왜 그렇게 강요하듯 하라고 시켰는지 모르겠다. 아니, 처음부터 " 숲 속에 사는 동물들에게 인간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어울리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아서 하게 될 일을 공원 관리인처럼 내가 불편해서,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동물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을 시켰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의 입장에서 각각의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 같다. 

어른들에게도, 아이에게도 큰 일이 되었을 배변 훈련의 시간. 
어른들에게는 인내를 배우는 시간이 되어주었다지만,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즐겁지 않은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한참의 시간이 흘렀고, 조카는 천천히 시간이 흐른 후에 기저귀를 떼고, 자신의 화장실에서 쉬-를 하는데 성공했다. 
지금에 와서야 말하는 거지만, 좀 더 즐겁게, 강요되지 않은 상태로 조카가 '놀이'처럼 생각하게끔 유도하여 화장실에 가게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숲 속의 동물들처럼, 자신의 일상을 바꾸는 일은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분명, 힘든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