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초난난 -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모습
오가와 이토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모습을 말한다는 ‘초초난난’이라는 제목처럼 소설은 다가설 듯 멀어지고 그러다가 결국 마음이 통하는 기노시타 하루이치로와 요코야마 시오리의 담백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의 사랑의 무대가 되는 곳은 도쿄에서도 옛 정취를 담뿍 담고 있다는 야나카이고, 이멜다 여사와 잇세이씨, 마도카씨 등 소박한 시오리의 이웃과 만나는 재미도 담았다. 불같이 타올라서 한줌의 재로 사라지는 빠른 사랑이 아니라 서서히 무르익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그래서 불륜이지만 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한(?) 사랑이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지만, 남이 하는 사랑을 지켜보고 있는데도 불륜이 불륜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한편의 아름다운 로맨스가 되었다. 이렇게 밑바닥까지 내려가지 않기 위해 야나카라는 장소와 그 안의 맛있는 음식점, 고상한 앤티크 기모노 가게, 느릿한 시간의 흐름, 계절 변화에 따른 일본 특유의 문화가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불륜이라고 하면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본부인과 불륜을 저지른 여자 사이의 머리끄댕이 잡는 싸움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에서는 기노시타씨에게 아내와 딸이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면 유부남인지도 몰랐을 정도로, 시오리와 가족,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초점이 맞춰진다.

책을 읽으면서 조용하고 고즈넉한 야나카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떠오른다. 벚꽃이 한창일 때 야나카를 간 적이 있었는데, 따스한 날씨와 조용한 풍경, 가끔씩 나타나 이방인을 놀래키던 고양이, 독특한 네즈 신사의 모습에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야나카의 묘지며, 시장거리, 네즈 신사를 가봤기에 그 속에서 움직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즐거운 마음으로 상상할 수 있었다. 일본만의 벚꽃놀이며, 나무 피리새의 전설, 일상식으로 먹는 일본의 반찬, 특별한 메밀국수며 튀김 덮밥, 닭고기 전골 요리 등 일본 음식, 안미쓰, 몽블랑, 슈크림, 케이크, 고치카 등과 같은 맛있는 주전부리 등도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과연 어떤 맛일지 상상해 보는 즐거움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일본의 전통과 문화에 사랑 이야기를 버무릴 수 있다니 참 독특하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괴로움이 아니라 따사롭고 온화한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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