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카르테 1 신의 카르테 1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작품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좋아하는 일본 그룹 아라시의 사쿠라이 쇼가 영화화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먼저 들었다. 왠지 너무 수수하고 약간은 바보같은 의사옷을 입은 사진을 보면서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게 관심이 있는 상태에서 읽으니 책장이 슉슉 넘어갔다. 재미도 있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고, 썰렁한 농담에 서늘했다가, 감동적이어서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참 좋은 소설이었다. 이런 멋진 주인공을 사쿠라이 쇼군이 제대로 연기해줘야할텐데,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다.

옥좌에 앉아 있는 근엄한 왕이 ‘과인은-’하고 말하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다 나쓰메 소세키 선생의 <풀베개>를 애독한 나머지 그의 영향으로 익숙해져버린 말투라고 했다. 지역 거점 병원인 혼조 병원에서 일하는 이치토 선생은 그런 말투를 사용하여 환자나 간호사들로부터 좀 이상한 의사라는 평가를 받는 의사이다. 원래는 내과지만, 밤에는 응급의사로 변신하여 내과, 외과, 피부과... 가리지 않는 진료를 펼친다. 그래서 항상 바쁘고, 항상 피곤한 사람이다. 언제나 너무 ‘과’하게 일을 하는 상태인 것이다.

“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불평하든 우리는 한 가지 확실한 걸 알고 있어. ”

“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는 거야. 물론 우리도 포함해서 말이야.” (p120)

“ 하나一에 멈추다止를 써서 바르다正라는 의미라니, 이 나이 먹도록 몰랐습니다. 하지만 왠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앞으로 가는 데만 급급해서 점점 소중한 것을 버리고 가는 법이지요. 진짜 바르다는 것은 맨 처음 장소에 있는지도 몰라요. ” (p210)

이야기는 ‘더 나은 의사’ 가 되려고 하는 이치토(一止)의 ‘성장기’ 같다.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환자를 진료하고 싶지만, 주변에서 그것을 가만두지 않으려 하는데, 그들과 또는 세상과 부딪히며 ‘진짜 의사’가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가 ‘진짜 의사’ 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환자들과 간호사,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었다. 어쩜 이렇게 감동적인 이야기를 어쩜 그렇게 장난스럽게 썼는지. 이것도 작가의 방식이라면, 뭐라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오히려 그래서 더욱 감동이 끓어 올랐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으며, 이렇게 자신의 일에 열정과 소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싶었다. 다른 사람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인간다운 정을 나누며 살아갈수만 있다면, 분명 더 좋은 사회,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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