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견 마사의 사건일지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1년 1월

미미 여사의 책을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녀의 책은 작품마다 다른 작가인 듯 새로움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텝 파더 스텝>이란 소설을 읽을 때는 아기자기한 감동을 주었고, <스나크 사냥>이나 추리 소설을 읽을 때는 뭐랄까, 옥죄게 하는 분위기를 가지고 꼼꼼하게 사건을 전개하는 면을 맛보게 했다면, 이 책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는 편안하고 쉽게 추리 소설의 세계로 안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음, 나쁘다 좋다의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취향에 맞춰 선택을 하는 편이 좋은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속에는 다섯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마음을 녹일 것처럼> <손바닥 숲 아래> <백기사는 노래한다> < 마사, 빈집을 지키다> <마사의 변명>, 다섯 번째는 사건이라기 보다 뭐랄까 재미를 위해 첨가한 듯한 느낌이 들지만 말이다. 이야기를 하는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개’이다. ‘저먼 셰퍼드’ 종이며 경찰견으로 있다가 은퇴 후 하스미 탐정 사무소에서 경호견으로 있다. 이름은 마사. 개가 어떻게 추리를? 하고 의아해할지 모르겠지만, 같은 탐정 사무소 소장의 둘째딸 가요코와 팀을 이뤄 제법 쓸만한 활동을 보여준다.

다섯가지 작품들이 저마다 독특함과 읽는 재미를 주고 있지만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마사, 빈집을 지키다>이다. <손바닥 숲 아래> 와 <백기사는 노래한다>는 감동와 안타까움을 함께 준다. <마음을 녹일 것처럼>을 읽었을때는 뭐랄까, 역시 아무나 믿으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과 은혜를 원수로 갚는 데 대한 분노가 함께 느껴졌다.

모든 단편마다 조금씩 사회 문제에 대한 작가의 예리한 시각을 확인 할수 있지만, 특히나 <마사, 빈집을 지키다>에선 사회 부조리에 대한 고발처럼 읽고나선 씁쓸함해질만큼 가장 크게 느껴질 것이다.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간의 흉악함, 동물학대에 대한 비판, 어린 아이의 순수한 마음, 가정폭력으로 얼룩진 사회... 이 짧은 단편 안에는 보고 싶지 않은, 특히나 우리가 한낱 작게만 여기는 개의 시선으로 인간을 판단하는 것이라 더욱 민망한 인간 사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읽으면서 많이 불편함을 느꼈다. 하라쇼에게, 아인슈타인에게, 마사에게, 귀여운 토끼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말이다.

이 책은 1997년에 발표된 소설이라고 하는데, 시간의 간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역시 좋은 작품은 시간을 거스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개의 시각으로 사건이 해결되어 신선한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