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코스키가 간다 - 제2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한재호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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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2011년 지금 이 시대는 먼 미래에 어떻게 기록되어 있을까? 지금의 우리가 1900년대의 역사적 자료를 가지고 그 시절을 상상하듯, 먼 미래의 사람들도 이렇게 소설과 같은 자료를 가지고 이 시대를 상상할텐데... 그 때즘 이 책은 한국 대표 소설집, 혹은 세계 문학 전집에 들어가 있을까? 하락기일까 나름 상승기일까? 지금의 청년 백수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참 궁금하다.

한동안 칙릿 소설이 붐이었다. 성공한 여성의 일과 사랑이야기라고나 할까? 어찌보면 로맨스 소설의 2000년대판이랄까, 하여튼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들이 붐을 이뤄서 질투가 났었는데, 이렇게 청년 백수의 이야기가 자주 소설에 나오는 것을 읽는 것도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살기 힘들다는 말이 아닐런지.

문학이란 원래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라지만, 너무 현실적이어서 외면하고만 싶어진다.

사실 이야기는 별거 없다. 도대체 그래서 어떻게 되었단 말이더냐, 하고 물어도 딱히 결말을 말해줄수도 없다. 취업에 목매고 있는 청년 백수가 어느날 밥을 먹으러 갔다가 부코스키라는 별명이 붙은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걸 하룻밤 같이 보냈다가 계속 살게까지 된 여자친구 거북이에게 말했다. 그 뒤 그들은 그 사람이 왜 비오는 날이면 가게문을 닫고 어딘가로 향하는지 알고 싶어 미행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둘이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남자 혼자 뒤를 밟는다. 그래서 어떻게 되냐고? 아까 말하지 않았는가 모른다고.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미행을 시작한 뒤로 더 복잡한 질문들만 만들어 냈다.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된건, 뭐랄까... 청년 백수가 미래에 거는 기대와 같은 마음때문일지 모르겠다. 어쩌면 좋은 내용이 나올지도 몰라, 어쩌면 뭐가 더 있을지도 몰라 하는 기대때문이랄까. 내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고, 미래가 그리 좋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래도... 하면서 포기할 수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내일은 더 나은 무언가가 나를 기다릴 것 같은 기대감때문에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고나 할까.

이런 마음은 그런 시기를 보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그런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끝내고 싶어도 끝낼 수 없는 이 시기의 답답함이 소설에 녹아있는 기분이다. 희망이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포기할수도 없고, 진퇴양난의 시기. 아무것도 믿을 게 없고, 사회적으로 기대할 것도 없는 그런 시기이다. 참, 답없는 세상의 답없는 소설이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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