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밑 남자
하라 코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아, 씁쓸하다. 직장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쩜 이리 비애가 많단 말이더냐. 일에만 몰두하여 산 직장인들은 왜 가족들에게, 심지어 직장에서도 버림받느냔 말이더냐.

그런게 인생이야.

라고 한다면 뭐가 인생이란 말이야! 그런 세상에선 살고 싶지 않아! 라는 절규가 터져 나오는 듯 하다.

이 책은 단편 모음집이다. <마루 밑 남자> <튀김 사원> <전쟁 관리 조합> <파견 사장> <슈사인 갱> 이렇게 다섯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하나같이 직장인들이 나오는데, 회사가 도산한 후 복수를 위해 경쟁업체 사원이 됐거나, 회사에서 쫓겨난 사람이 나오거나, ‘파견직원’ 들 때문에 점점 입지가 줄어든 정사원들이 결국 파견 사원이 되거나, 일만 죽어라 하던 여직원들이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거나.. 죄다 그렇다.

그런 직장인 뿐 아니라 가족들의 마음도 담고 있는데, 둘의 의견에 똑같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 사회가 왜 이렇게 되어 가고 있단 말이냐. 서민의 삶은 그저 고달프기만 하다.

“ 난 당신과 아이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잖아. 내가 애쓰고 있기 때문에 집도 사고, 밥도 먹고, 아이도 키우는 거 아냐!”

“ 그런 건 알고 있어. 너무 잘 알고 있다구. 무슨 말만 하면 당신은 그걸 무기로 들이대는데, 그렇다고 그게 우리를 방치해도 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어. 우리를 부양하기 우해 우리와 함께 있지 못한다, 얼핏 듣기엔 일리 있는 것 같지만,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우린 결혼한 거야? 무엇 때문에 가족이 된 거야? 함께 있고 싶어서 가족이 되었는데 그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함께 있지 못하다니,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 모순된 말이 어째서 통용되는 거야? ” (p51 마루 밑 남자 중)

아무리 생각해도 저자는 직장인의 비애에 대해 정통한 듯 싶다. 경험을 아주 제대로 했나보다. 이런 내용만 담고 있는 단편집은 또 처음이어서 내용이 새롭게 다가온다. 그래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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