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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솔직히 보고 있으면 딱히 잘 그린 그림은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된다. 순정 만화가 아니니 꽃미모를 자랑하는 주인공이 아니라해도 상관없겠지만 그래도... 하는 마음이 있다. 그렇지만, 자꾸 보다 보면 정이 간다. 무엇보다도 특별하지 않아도 못나도 상관없는 소박한 이웃들이 보여주는 이야기가 강점이다. <심야식당>이라는 만화 이야기다.
만화만큼 만화가인 아베 야로의 인생도 참 흥미롭다. 불혹의 나이에 바로 이 만화 <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가 신인코믹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여 만화가가 되었다. 왠지 성공한 인생 2막 사례를 보고 있는 듯 하다. 일본에서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심야식당>의 인기가 높다보니 데뷔작인 이 만화도 출간되었다. <심야식당>보다 더 독특한 컨셉이다.
귀 파주는 가게라니...
어렸을 때 따스한 오후 엄마 무릎에 머리를 두고 있으면 사라락 소리를 내며 엄마가 귀를 파주었던게 생각난다. 간질 간질한 그 느낌에 몸이 움찔움찔했었는데...... 그렇게 귀를 파고나면 참 시원했었다. 그런데 돈을 받고 귀청소를 해주는 가게가 있다니 귀가 솔깃하다.
단순히 ‘시원하게’ 귀를 파주기만 할 뿐인데, 그 가게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고민이 해결된다. 그리고 ‘귀를 파는 행위’에 이토록 에로틱한 요소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만화적인 설정이라고 해도 남자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는다. 아, 물론 나보다 더 그 사실을 믿지 않았던 이시이 씨도 나중에 야마모토 귀파주는 가게에서 귀청소를 하고 남자를 뻥- 차버릴만큼 빠져들었지만 말이다. ^^
9가지 단편에 등장한 인물들은 모두 가게에서 귀청소를 하고 인생이 바뀐다.
만화를 보다보니 아, 이렇게 시작을 했기에 지금의 <심야식당>이 있구나 싶다.
못난 사람도 잘난 사람도 모두 귀 파주는 가게에서는 동등한 관계가 되고, 각자의 상처를 치유한다. 참 따뜻하고 소박한 기쁨이 있다.
그나저나 자꾸 귀파는 걸 보다보니, 귀청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따스한 오후, 햇살이 내리쬐는 창가에서 엄마 무릎을 베고 귀청소를 하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문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