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글쟁이들

한국의 글쟁이들 -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나만의 집필 세계’
구본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8월

연말에 한 서점사이트에서 주최하는 책 시상식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그저 상받는 사람을 위해 박수나 좀 쳐주고 맛있는 식사 대접이나 받아볼 요량으로 참석했던 자리에서 몇 몇 작가분들을 보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페이스 쇼퍼> <블링블링>의 정수현 작가, <광수 생각>의 박광수 작가, <나는 조선의 국모다> 이수광 작가, 그리고 <허수아비춤>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조정래 작가와의 만남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한번도 책을 쓴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 ‘책’이 주는 느낌, 분위기, 책 속의 담긴 이야기가 곧 ‘저자 자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때의 경험으로 ‘꼭 그런것만은 아니다’라는 걸 알게 해준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고루하고 조금은 답답할지 모르겠다고 예상했던 조정래 작가님은 반할만큼 유려한 말솜씨와 좌중을 편하게 만드는 여유로움을 가지고 있으셨다.  다른 작가분들도 나의 예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셨다. 그 때의 기억으로 작가들 역시 제대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 전에 함부로 어떤 평가를 내리면 안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지만 평범한 우리같은 사람에게 그런 작가와의 만남 시간이 그리 자주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한 때에 이 책 <한국의 글쟁이들>을 만난 건 하나의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책을 통해서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한비야, 구본형, 공병호, 김세영, 이주헌, 정민, 이덕일, 김용옥, 이원복, 이인식, 주강현, 임석재, 노성두, 정재승, 허균, 주경철, 표정훈.

고개를 끄덕일 작가도 있는가 하면 글을 읽고서야 아, 하고 알게 되는 작가들도 있었다.

이들의 집필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회를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데, 작가들... 정말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구나,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글쟁이’라는 표현에 맞춰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지와 같은, 앞으로 작가의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필요할 정보도 있다.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자신의 삶에 이렇게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다. 누군가에게 등떠밀려 글쟁이의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으로 글쟁이가 되었기 때문에라도 더 노력하고 자신의 글에 책임지려는 자세가 훌륭했다.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한 직업에서 이름을 떨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삶의 자세 또한 배운 기분이 들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각각의 분들이 다 훌륭하셔서 그런지 뭐랄까, 너무 찬사 일색이어서 나중에는 좀 지루하게도 느껴진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훌륭한 분이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다 훌륭한 분들만 있으니 왠지 작가란 그렇게 처음부터 훌륭했던 사람들이 하는 직업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던 것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어쨌든 흔치 않은 작가와의 만남 시간은 크나큰 기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