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언더그라운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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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집에 있던 책을 무작정 달라고 해서 이미 한번 읽었다.그 때는 사건이 발생하고 몇 년 지나지 않았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던 일본의 ‘독가스 테러’ 사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여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설로 이야기를 풀어갔을거란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독가스 테러의 희생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미건조하게 느껴질만큼 사실적인 인터뷰식 내용이었다.
그 뒤로 우리나라에서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이 났을 때 이 테러 사건을 떠올렸다. 지하철이라는 공통분모에 일상을 살고 있던 다수의 사람들이 희생되었다는 점이 비슷하여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도쿄로 여행을 가서 지하철 ‘히비야선’을 탔을 때도 나는 이 사건과 책이 떠올랐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

사건의 가해자였던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에 대해 매스컴의 초점이 맞춰져 정작 피해자였던 ‘평범한 사람들’은 외면당하고 있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에 의해 그들은 기록으로 남겨져 기억될 수 있게 되었다.
흥미진진한 소설을 기대했다가 뒤통수 맞는 기분으로 얼떨떨하게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몇 장 넘기지 않아 푹 빠지게 되었다.
얼마나 놀랐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얼마나 막막했을까.
그런 감정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다른 날과 별다를 것 없이 지나가고 있는 일상이 한순간에 지옥으로 바뀐다면, 과연 어떨 것인가? 상상만으로도 소름끼치는, 슬픈 이야기가 다시금 떠올랐다.

1995년 3월 20일, 월요일. 활짝 갠 초봄의 아침, 연휴의 한가운데다.
‘오늘은 그냥 쉬고 싶다’ 고 생각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쉴수는 없고 출근준비를 서둘러 역으로 간다. 여느 때와 조금도 다름없는 아침. 딱히 다른 날과 구분할 필요도 없는 당신의 인생 속 하루. 변장한 다섯 명의 남자가 그라인더로 뾰족하게 간 우산 끝으로 묘한 액체가 든 비닐봉지를 콕 찌르기 전까지는...... 그 비닐 봉투에서 사린이라는 액체가 기화하여 가스를 발생해내기 전까지는 평범한 일상 중 하루였을 것이다.

이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증언이 계속 이어진다. 그저 사실만을 전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인터뷰를 한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는 작가의 노력에 의해 글은 담담하지만 그 안에 폭풍을 담고 있었다. 뜨거운 의미를 담고 있었다.
마치 접시 속의 태풍처럼.
사건이 일어난지 15년이 지났다. 책을 읽으며 내 머릿 속에 든 생각은 하나였다.
다시는 이런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불특정 다수의 일상을 파괴하는 사람이 결코 나타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 아직도 그 기억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절판되었다가 이 책이 다시 출간된 것은 그래서 기쁘다.
누군가가 그랬다. 오직 책만이 유일하게 이 시대의 ‘진실’을 전하고 있다고,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도 책을 읽어야 한다고. 이렇게 책을 통해 한 시대의 진실이 전해진다. 몇 년, 몇 십년, 혹은 몇 백년이라도. 우리는 과거를 기억함으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과오를 저질러서는 안된다. 그것이 이 책이 주는 큰 교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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