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 너땜에 미치겠다 ”

책을 읽는 내내 샤방샤방 햇살이 내리쬐는 거실에 누워 스머프를 희롱하며 지용군이 했던 말이 계속 아른아른거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고 있는 듯해서.

정말 이 책 땜에 미치는 줄 알았다.

잔뜩 허세가 들어간 어투하며 어디로 튈줄 모르는 이야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하는 인물들까지...  세상 어디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은, 세상 어디에 이런 이야기가 있을까 싶을까... 모든게 새롭고 흥미롭기만 하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통해서도 참, 독특한 작가구나... 싶었는데, 개성만점의 이야기에 푹빠져 한참 웃었다. 책을 읽으며 신나긴 또 오랜만이었다.

“ 이거 봐, 나는 나 같은 사람이 이해되는 여성은 싫다. 좀 더 뭐랄까, 샤방샤방하고 섬세 미묘하고 꿈같은, 아름다운 것만으로 머리가 꽉 들어찬 검은머리 아가씨가 좋아. ” (p58)

“ 쯧, 그러지 말고. 오즈를 봐. 그 녀석은 확실히 한량없는 얼간이이기는 해도 중심이 잡혀 있지 않나. 중심이 잡히지 않은 수재보다 중심이 잡힌 얼간이가 결국에는 인생을 유의미하게 살 수 있는 법이야. ” (p157)

쓸데없는 이야기에 쓸데없는 소동만 부린다고 생각했던 소설은 가끔 이렇게 마음에 콕 하고 박히는 말을 쏟아낼때가 있었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 위로하는 건 아닙니다만, 당신은 어떤 길을 선택했든 저를 만났을걸요. 직감으로 압니다. 그리고 어차피 전력을 다해서 당신을 망쳐놨을 거라고요. 운명에 저항해봤자 무슨 소용입니까?” (p261)

거스를수 없었던 그 운명이었달까.

아, 대체 운명이란 무엇이길래. 

어떤 것을 선택했어도 벗어날 수 없었던 운명에 나는 잠시 망연자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뭐 이런 운명이라니!! 운명! 운명!

이 작가.. 이제 나의 주목을 끌었다. 교토를 배경으로 한 다른 작품이 많던데, 이제 하나하나 읽어봐야지 생각하게 된다. 우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해댈 수 있는거지? 작가의 무한 상상력에 기대가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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