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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미사일
야마시타 타카미츠 지음, 김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용두사미’ 라는 말이 있다. 용의 머리, 뱀의 꼬리란 뜻으로 흔히 시작은 거창했지만 지지부진하게 끝이 날 때 이 말을 쓴다. 이 책을 읽고 이 사자성어가 떠오르긴 했지만, 그대로의 의미라기 보다는 좀 변형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사두용미’ 뱀의 머리, 용의 꼬리. 이런 표현이 가당키나 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이 소설, 그 시작은 미약했을지 모르겠으나 그 끝은 창대했다.
등장인물마다 존재의 이유가 분명했고,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튀는 것 같았던 사건들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 인물과 사건이 잘 맞물리는게 깔끔했다. 무엇보다 배경으로 존재감이 뛰어났던 ‘미국 대통령 납치 사건’ 역시 다른 사건들 속에 잘 스며들어 있으면서도 그 자체로서의 의미도 컸다. 음, 그래도 왠지 기대를 많이 했던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1’의 대상감으로는... 조금 부족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기대를 너무 많이 한건가?
‘자유와 정의라는 말을 좋아하며 세계 제 3위의 인구와 면적을 자랑하고 국내 총생산은 세계 1위에 빛나는 최고의 강국’ 미국의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를 당했을 때, 바다 건너 일본의 도쿄 학교에 다니는 츠지오 아카네는 생애 첫 ‘옥상’을 경험하고 그 시시함에 실망하고 있었다.
과제를 하기 위해서 올라간 옥상에서 쿠니시게 요시토, 사와키 준노스케를 만나게 되었고, 자살을 하려는 행동을 통해 어필하고 싶었던 히라하라 케이타도 만나 ‘옥상의 평화를 지킨다’는 슬로건 아래 ‘옥상부’를 결성하게 된다. 옥상의 안녕과 평온을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네 명의 아이들은 사건을 만나게 되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서 친해진다.
처음에 그냥 단순히 청춘의 연애담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하였던 이야기는 사기, 약물, 납치 등 중범죄로 연결이 되고, 권총, 킬러, 칼 등 흉악한 단어와 만나더니 어째 범죄 해결 탐정단 같은 이야기로 바뀌어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어떻게 이런 식으로 사건에 연결이 되는거지...
넋놓고 있다가 보니 이미 그렇게 되어 있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어차피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 해결하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을 가진 이 아이들, 어른들보다 깔끔하고 쿨하게 일을 처리한다. 다소 믿기지 않는 출중한 싸움 실력을 가진 쿠니시게와 사와키, 잘 생긴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언변을 자랑하며 특별한 능력을 지닌 히라하라, 이들이 펼치는 만담같은 유머식 화술, 모든게 우연처럼, 가짜인 것처럼 술렁술렁 넘어간다. 그게 장점일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었다. 묘한 경계에 놓인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두꺼운 듯한 이 책은 그 덕에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이거 말도 안돼,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재밌네 하는 기분으로 끝까지 책에서 손을 뗄수 없었다.
쿨함을 가장한 묘한 이기주의적인 시선이랄까, 세상이야 어찌되었든 지금 이순간, 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도 일본스러웠다.
이런 다양한 매력을 지닌 <옥상 미사일>, 읽고 나면 왠지 한바탕 사건에 휘말렸다가 정신을 차리는 즐거움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