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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전혜린 - 그리고 다시 찾아온 광기와 열정의 이름, 개정판
정도상 지음 / 두리미디어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누군가의 일생을 들여다 보는 일은 가끔은...
보는 이에게 어떤 ‘책임’을 지우려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 인생을 엿보는 대신, 더 똑바로 살아라. 혹은 나처럼 살지 말아야 한다.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여자 전혜린의 삶은 현대를 살고있는 여성이라면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 면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대 여성의 삶이란 것이 유교 시대의 여성의 삶과 그다지 다른 면이 없어보이는 것을 보면 그녀의 선택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행이 유학은 떠날 수 있었지만 결혼은 아무나와 할 수 없었던 속박이 가득한 삶. 결혼을 했으면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한다, 눈치를 주며 선택의 폭을 줄여버리는 사회 안에서 그녀는 많이 답답했을 것이다. 천재라 불렸지만 소설을 쓸 수 없어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았던 삶은 절망감을 느끼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구원이 아니라고 말했으면서도 불같은 사랑을 완성하고 싶었던 모순적인 생각도 쓸쓸함을 더했을 것이다.
전혜린과 그녀가 쓰는 소설 속 주인공 영채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온다.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도 밝혔다시피 소설 역시 대부분 그녀의 이야기였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와 오히려 몰입도를 높이고, 전혜린이라는 여자의 일생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완성하고 싶었던 삶과 사랑은 어쩌면 가장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부자이면서 영향력 있는 아버지가 아닌 다른 아버지 밑에서 그녀가 태어났다면 생이 바뀌었을까? 조금은 편해졌을까?
사랑했던 사람과 맺어졌다면 그녀는 행복했을까?
인생에 가정법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그녀의 인생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인생에도 이런 다양한 가정이 존재할텐데, 나중에 후회가 없도록 기로에 섰을 때 최선의 선택을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차라리 다시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무너지고 싶었다. 그 어떤 것에도 애착을 가지지 않고 살아 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가 나에게 찾아들기를 갈망했다. (p235)
“존재에 앓고 있다”
“ 설사 실패하더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정열을 쏟으라고. 창작을 한다는 건 세계와의 치열한 대결이니까 쉽사리 물러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포기와 실패는 본질적으로 다른 의미야. 알았지? ” (p154-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