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 길 내는 여자 서명숙의 올레 스피릿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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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하다.

사실 이 책은 올레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도 아니고, 올레길에 대한 감상만 있는 책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아줌마들 수다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다.

그런데 굉장히 감동적이다. 뭔가 가슴에서 치밀어 오르고, 나도 그 길을, 지금 당장 걸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나도 이 세상...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를 채찍질 하게 만든다.

더 열심히 노력해! 더 열심히 살아내!

이렇게 말이다.

나도 작년 여름에 그 길을 걸었다. 몇 개월만에 모두 잊었는지 걷고 싶다... 걷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가 생활에 쫓겨 그 길을 잊은 사람이다. 솔직히 힘든 일이 생기면 제주 올레길부터 떠올린다. 안풀린다는 생각이 들면 제주로 가는 비행기편을 검색해 보고 있다.

그러면서 떠나지는 못하는 바보같은 사람이다. 그런 나를 위해 친구가 보내준 책이 바로 <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길처럼>이었다. 이 책 보고 두려움을 떨쳐내라고... 격려를 보내온 것이다.

서명숙씨는 ‘제주 올레’길을 만든 분으로 유명하신 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걷고 치유의 기쁨을,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나도 작년에 그 길을 걸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신 후, 자신의 고향 제주에, 그녀만의 길을 낸 것이, 온 국민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제주 올레길이 되었다.

그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은 분명 현재 진행형으로,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 지금 20코스정도 까지 개장을 한 상태이고, 작년에 내가 듣기로는 35코스 정도를 만들어서 외곽으로 제주를 둥근 원처럼 연결하는 코스를 만들고, 그 후에 다시 내륙과 연결되는 코스를 만드신다고 하셨으니, 이제 반정도 길이 열린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이제까지 걸어온 길, 앞으로 걸어갈 길이 거의 비슷한 이 시점에서 길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한번 내놓으신게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에는 올레길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길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 길을 걷고 나서 힘을 얻은 사람들 이야기,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 등이 담겨 있다.

우리는 그 일이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지 모르고, 다 만들어진 길을 그저 걷기만 한다. 저자가 일부만 공개한 길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보자면 과정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저 짐작만 할 따름이다. 길이 좋아서, 걷는 게 좋아서 올레길을 만들었다는 사람이 행정적인 부분들을 처리하느라 걷기를 못하고 있다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되지 않는가 말이다.

길을 걷고 나서 힘을 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울컥하는 감정을 느낀다.

도시에 산다는 건 정말... 매일 매일이 힘겹다. ‘나’를 되돌아 볼 여유도 없고, 생각해볼 시간도 없다. 그러면서 나를 잊고, 자신감도 없어지고, 그저 하나의 인형처럼 되어가는 사람들이 결국 지쳐 떨어져 찾게 되는 올레길.

그 속에서 잊혀졌던 나를 발견하고, 다른 사람을 보게 되면서 힘을 얻고, 자연 속에서 서서히 살아나게 된다.

병에 걸린 사람들도 있다. 몸의 병도 병이지만, 마음의 병을 심각하게 앓는 사람들이 올레길을 얻고, 병을 치유할 힘을 얻고, 살아보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감동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으랴...

서명숙씨는 지금도 ‘처음’의 생각, 처음의 계획으로 올레길을 만들려고 굉장한 노력을 하고 있으셨다. 그냥 받아먹기만 하는 듯 해서 미안하지만, 열정에 노력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대한민국 제주의 올레길이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보다 더 유명해지길 바란다.

다음번 저자의 책에는 그런 세계 속의 올레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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