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 행복한 비움 여행
최건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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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여행에도 흐름이 있는 듯 싶다. 한동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책이 나오더니 요즘은 제주 올레길에 대한 책이 계속 출간되고 있다. 그렇게 한번 시작된 물결은 계속 이어진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표면적으로 내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다 마음 속의 평안이나 위안을 열망하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작년에 나도 올레길을 걸었다. 일주일 정도의 일정으로 가서 4-5코스를 걷고 왔는데, 그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길을 걸으면서 생각도 많이 하고, 많은 것을 계획하고 올 수 있을거라 상상했지만, 사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걷는 것은 의외로 힘들어서 오히려 내 안에 있던 모든 잡생각들을 다 지워버리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게 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온건가 싶겠지만, 그렇게 싹 비워내고 나니 오히려 더 좋았다. 책에서 말하는 ‘비움의 여행’이란게 그게 아닐까 싶어진다. 그것만으로도 좋았고, 또 자연을 담뿍 기억속에, 마음 속에 담아서 더 좋았다. 여행이란 그렇게 무언가 나에게 주는 아주 즐거운 경험이다.

책에는 제주 올레 코스중 12코스까지 담고 있다. 지금 15코스 정도까지 만들어진 걸로 아는데, 일정이 그랬는지, 12코스까지만 담으셨다. 올레길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이랄까... 그런걸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할만한 책이다. 그리고, 제주의 역사적 사실부터 제주에만 있는 특이한 문화,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담고 있다.

제주 올레길의 정확한 정보나 맛집, 숙소 등의 정보를 기대한다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특이한 점은 저자가 분명 사진작가인데 책속의 사진보다는 오히려 글이 더 맛깔나게 다가온다. 좋은 사진은 따로 쟁여두신 것이 아닐까 상상해 보기도 했다. 아니면 ‘좋은 사진’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고. 또, 가끔씩 나오는 에로틱한 표현은 옥에 티처럼 느껴진다. 절묘하게 상황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왜 이런 표현을 썼을까 의아해지기 까지 한다.

공통된 점은... 제주 올레는 무조건 떠나보는 것이 가장 좋다는 점이다.

걷기 여행은... 그 여행만의 특이한 경험을 우리에게 준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고. 요즘 여행책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너무 커져, 나중에 제어를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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