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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자국에서보다 머나먼 아시아 동쪽에 있는 나라 한국에서 더 사랑을 받는다는 이 작가는 참 특이한 사람같다. 물론 그의 책으로 평가하자면 말이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내가 두 번째로 읽은 기욤 뮈소의 작품인데, 작가가 남자라는 걸 몰랐다면 여성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믿을 수 밖에 없는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문체가 조금 딱딱하긴 하지만, 그의 글 속에는 ‘ 사랑만이 이 세상의 전부’ 라는 듯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전부인 ‘사랑’을 위해서라면 시공을 넘나드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난다. 이렇게 열렬한 ‘사랑예찬론자’를, 나는 남자 중에 찾을 수 없다. 보통의 남자들이란 ‘일’이나 ‘성공’ 등이 언제나 먼저이기 때문에 여자들과 반목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이 책의 주인공 엘리엇만큼은 아니다.
그런 사랑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순간, 이야기는 또 다시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
왠지 세계 평화를 위해 무언가 해야할 듯도 하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역시 또 무언가 해야할 듯한 기운도 묻어 나온다. 저자의 속내가 드러나는 듯한 대목도 보인다. 바쁘다. 사랑도 하고 세계 평화에 도움도 줘야 하고...^^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의사인 엘리엇은 한 노인이 안고 선 선천선 기형을 가진 어린아이를 보고 수술해준다. 그 후 ‘루난’이라는 이름의 노인에게서 답례로 황금색 알약 10개를 받게 된다. 그 알약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신비의 힘이 있다.
과거로 돌아가 사랑하는 일리나를 한번만 볼 수 있다면...
그러한 심정으로 찾아간 30년전 과거에서 그는 자신의 젊은 시절과 맞닥드린다.
‘ 나는 바로 자네라네, 엘리엇 ’
‘ 나는 틀림없이 자네라네. 30년 후의 모습이긴 하지만......’
처음엔 그 말을 믿지 않던 젊은 엘리엇이었지만, 미래의 시간 여행자의 신빙성있는 말에 그는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알아내고, 그 미래를 바꿀 생각까지 하게 된다.
모든 것은 ‘사랑’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바로 이것일 것이다.
“ 만약 누군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약을 준다면 어느 때로 돌아가고 싶은가?
그리고 그렇게 과거로 돌아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그 외에도 작가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생각거리’는 많다.
운명이란 것, 운명을 거스른다는 것, 사랑의 의미, 책임감, 이별......
영화처럼 펼쳐지는 사랑이야기를 앞에 두고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아마도... 이것이 기욤 뮈소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