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핑거
김윤영 지음 / 창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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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 작가의 단편집이다. 세 번째로 그녀의 작품을 읽고 있는데 점점 < 내 집 마련의 여왕>의 느낌이 나면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의 스타일에 익숙해져 가는 느낌도 든다. <그린 핑거> 외에 6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린 핑거>와 <전망 좋은 집> 외의 각각 다른 이야기들의 인물들이 중복되고 있다. <블루오션 연애학>에 주인공으로 지은과 진호가 나오는데, 뒤의 <초콜릿>이라는 작품에서는 진호가, <모네의 정원으로>에는 지은이 다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각각 다른 단편이지만 왠지 서로가 연결되어 긴 이야기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지난번 <루이뷔똥>이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가들이 자신의 삶이나 생각 등을 작품에 투영시킨다고 했는데,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는 조금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궁금해졌다. 소설은 어디까지가 상상이고 어디까지가 실제일까?

이야기가 왠지 원점으로 돌아와 버린 기분이다.

이렇게나 많은, 서로 다른 모습의 삶을 작가가 전부 살아봤다고 하기엔... 너무도 다양하지 않을까, 너무 굴곡진 인생이 아닐까... 뭐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린 핑거>에 나오는 단편들의 공통적 소재는 ‘사랑’이다. ‘사랑’의 모습은 여러 가지겠지만, 이 책 속에 나오는 사랑은 지독히 현실적이면서, 무언가 빠져 있는 공허함을 가진 그런 사랑이다. 너무나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다보니 오히려 무언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그런 상황 말이다. 세상엔 분명 이런 사랑도 있겠지만, 나는 피하고픈 그런 사랑이기도 했다.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버린 등장인물들의 사랑은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고, 더 치열했으며, 결국은 도망치게 만드는 그런 것이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왠지 사랑은, 잘못된 사랑은 공포 영화도 더 무서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 정말 지긋지긋한 사랑이여! 인생이여!

그는 어쩌면 내게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아주 특별한 연인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도 세게 물어서 피가 날 것 같았다. 그렇게 된다고 일상이 덜 진부해질까. 그런다고 인생에 대한 기대가 다 사라질까. 아니라고, 나는 그걸 잘 알지 않느냐고, 태어날 때부터 이미 인생의 비의를 다 알고 있지 않느냐고 나는 혼자 그렇게 중얼거렸다.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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