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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탐 - 넘쳐도 되는 욕심
김경집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큰 서점에서 천장까지 꽂혀 있는 책을 봐도 ‘ 내가 못 읽어본 책’ 이랄까, ‘ 아직 내가 읽지 못한 책이 이렇게 많구나..’ 와 같은 생각을 하진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속에서,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을 발견하면 그 때, 위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김탁환씨의 책도, 정이현씨의 책도, 또 다른 이의 책을 읽을 때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그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이 몇 권인지 세는 것이다.
맨 앞의 목차를 보며 소개된 52권의 책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이 몇 권이나 되는지 눈으로 세고 있었다. 그런데... 세상에... 달랑 두 권이었다.
< 나무를 심은 사람>과 <호밀 밭의 파수꾼>
더 충격적이었던 건, 나머지 50권의 책 중, 대부분이 처음 들어보는, 내가 알지도 못했던 책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름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생각해 왔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 책, 희망을 탐하다 > < 책, 정의를 탐하다 > < 책, 정체성을 탐하다 > < 책, 창의적 생각을 탐하다 >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책이 소개된다.
매대에서 ‘ 날 사가세요. 난 아주 부잣집 출신이라우’ 라고 외치는 듯한 책들에는 별 관심이 없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지만 불행히도 출판사가 가난한 죄로 널리 홍보하지 못해 곧바로 서가에 꽂히는 책들을 찾아서 읽고 소개해주는 게 내 역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45)
저자가 소개할 책을 고르는 기준은 위와 같았다. 이런 얘기를 듣고 보니 정말 누워서 자신의 전체를 내보이며 ‘ 베스트셀러’랍시고, ‘새로 나온 책’이라고 불리고 있는 책들은 복많은 부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인터넷을 통한 광고도 많이 하고, 서평단 모집과 같은 행사를 통해 존재를 알리기도 하고, 그렇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고 있다.
이쯤에서 내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그동안 내가 읽은 책 목록을 한번 쓰윽 훑어보게 된다. 음... 내 책장에 꽂혀 있는 책과 목록의 책들 대부분이 그렇게 매대에 누워있던 책들이구나! 또 다시 충격!
나의 빈약한 독서량 뿐 아니라 편협한 독서 취향까지 알게 된다.
이런 걸 깨닫게 해주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높게 평가될 수 밖에 없다.
소개된 책들은 앞서도 말했지만, 처음 들어보고, 알지도 못했던 책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선입견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 ‘ 직접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생기게 만든다. 저자는 ‘새로운 책세상’으로 우릴 안내하고 그 곳에 있는 최상의 것 만을 골라 우리에게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자세하면서 흥미진진하고 재밌는 설명과 함께.
여행을 떠나 꼭 만났으면 싶을 가장 좋은 가이드가 아닐까 한다.
좋은 가이드에게 소개받은 새로운 책 세상이 아주 마음에 든다. 좀 더 깊이... 깊이 빠져들고 싶어진다.
나무 이야기, 왕에게 직언을 서슴치 않던 대쪽같은 조선의 선비 이야기, 공정 무역을 통한 세계화에 관한 이야기, 수필, 인문학, 세계사, 시, 정치, 종교, 경제...... 다양한 주제와 소재에 따라 분류된 책 이야기를 통해 그 속에서 세상 보는 법을 배우고, 열정적으로 사는 혹은, 따뜻하면서도 감동적인 삶을 살아간 사람 이야기를 듣고,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며, 인생을 알아간다.
이 책이 내게 오던 날, 딱 맞춰 동아일보에 책에 대한 소개글과 함께 책에 나와 있는 52권의 책을 목록으로 정리하여 실었다. 오려서 그 기사를 다이어리에 붙여 두었는데, <책탐>을 읽고 보고 싶은 책을 표시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지금, 꼭 읽고 싶은 책은 파란색 형광펜으로, 2순위로 보고 싶은 책은 빨간색 볼펜으로... 그렇게 표시하고 보니 신문이 벌써 얼룩덜룩해져 버렸다.
저자가 읽은 책. 그래서 저자의 지식이 되어버린 책, 저자의 마음을 흔들어 버린 책.. 그런 책들을 이제 내가 탐한다.
이 책을 읽는데 사흘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단순하게 보면 그저 다른 책을 소해개주는, 책의 내용을 정리한 책일 뿐일텐데, 아무래도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와, 깊이 있는 의미, 무한한 가능성을 생각하고, 되새김질하고, 내 것으로 새롭게 해석해 보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였을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서평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책을 반정도 읽은 시점이다. 이정도까지 읽는데 필요한 시간이 사흘이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더 필요로 할지 가늠이 잘 안된다.
하지만 무슨일이 있어도 끝까지 읽어내고 싶을 만큼 <책탐>이 담고 있는 내용은 욕심낼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2010년 오랜 시간을 투자한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은, 두고두고 옆에 두며 그의 책을 탐하는 재미를 누리고 싶어지는, 속이 꽉 찬 책을 만났다. 어째 새해 시작부터 좋은 일이 생긴 것 같아 마음까지 뿌듯해지고, 올 한해 이런 책을 자주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또한 절로 생기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