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일회 一期一會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 괜히 마음이 혼란스럽기도 하고, 무언가 짜증이 많이 난다고 느껴진다.

그러한 때에 법정스님의 법문집 <일기일회>를 읽게 되었다. 정신이 약한 사람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부분이 있어 요즘 날씨가 스산하고 음침하여 나의 마음이 이렇다고 괜히 핑계를 대어본다. 그리고 새삼 내가 정신이 약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한다. 그저 날씨가 흐리다고 나도 따라 기분이 흐려지다니...

스님처럼 정신이 강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날씨든, 무엇이든 영향을 받지 않도록...... 책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아야지... 싶다. 

2009년 4월 19일에 있던 법회부터 과거로 돌아가 2003년 5월 8일 부처님오신날 법회까지 스님께서 하신 말씀을 모아 이렇게 책으로 만들었다. 법정 스님께서 책(에세이)이 아닌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말씀도 하시는구나.. 새삼 알게 되었다(!)

법회가 열린 날의 날씨나 그 때의 사회상, 풍경도 담아 놓아 마치 그날 그곳에서 있으며 스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며 은근 슬쩍 농담을 하시거나 아름다운 표현을 섞어 하시는 말씀에 빙그레 웃기도 했다.

제 말은 이만 마칩니다. 남은 이야기는 지금 눈부시게 피어나고 있는 나무에게서 들으시기 바랍니다. (p291)

이 얼마나 멋진 마무리이던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스님이 하시는 말씀이라 생각하며 소리 내어 한자 한자 읽어 보기도 하고, 몸을 꼿꼿이 세우고 읽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 왠지 더 스님의 말씀이 내안에 남지 않을까 기대해보며. 

p29 세상이 어려울 때는 절이나 교회에서 어려움을 나누어 가져야 합니다.

p58 행복의 비결은 적은 것을 가지고도 만족할 줄 아는데 있습니다.

p73 수행은 승려들만 하는 일이 아닙니다. 일상의 삶 자체가 수행이 되어야 합니다.

p79 바깥에 있는 부처를 찾지 마십시오. 우리 자신이 곧 부처입니다.

p109 누구나 자기 삶에 개성이 있어야 합니다. 일상의 삶은 무료합니다. 무엇인가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스님의 말씀은 인생의 깨달음에 관한 것부터 자연의 강함이나 아름다움과 같은 인간외의 만물의 소중함을 이야기하신 것, 전세계적인 환경오염에 관한 것, 불교인이 가져야 할 자세, 스님께서 적을 두고 계신 길상사가 세워지게된 연유에 대한 것, 스님께서 곁에 두고 스승으로 삼는 책 소개 등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다.

그래서 깨닫게 된다. 나는 그동안 인간사에만 모든 관심을 두고 있구나. 인간 관계의 어려움이나 고단함에만 몰두하고 있어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다른 여러 가지 관심을 두고 살펴야 할 많은 것을 놓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좁은 생각만 갖고 있는지... 그러면서도 ‘나’에 대한 생각 또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정신을 차리게 된다. 나의 생각이 더 넓어져야겠구나, 더 깊어져야겠구나...

“ 그 분은 종교를 초월하신 분이잖아... ”

내가 법정스님의 책을 읽으며 그분의 말씀이 너무 마음에 와닿는다고 했더니 친구가 무심하게 해준 말이었는데, 이 말이 오늘따라 어떤 깨달음처럼 다가온다.

종교가 문제가 아니라 스님의 말씀은 인생을 먼저 살아가고 있는 스승으로서 연륜이 묻어있는 소중한 인생의 지혜이기 때문에 더욱 마음에 와닿으며 모든 이들의 귀감이 되는 것이리라. 말만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소유의 삶을 철저하게 지키고 계시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은 자신있게 주장하시는 스님의 모습을 우리가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분을 존경하고 따르는 것이다.

스님이 강한 것은 중심 - 즉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책 속에서 내가 얻은 해답은 바로 그것이었다. 나를 먼저 강하게 만들고 그것을 혼자만의 것으로 만들지 않고 옆의 사람과 나누며 널리 퍼지게 만들어 우리 모두가 강해지는 것, 그것이 스님이 말씀해주시는 흔들리지 않는 법이었다. 모든 것은 평생 단 한번이라는데, 지금 살고 있는 나의 삶이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꽃과 같아지도록, 굳건한 나무가 되도록 그렇게 다듬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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