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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 이야기를 읽었다고 생각했다. 나이 정도는 훌쩍 뛰어넘어 버리는 그런 사랑, 사랑 하나 밖에 모르는 그런 맹목적인 사랑 말이다. 대체로 그런 사랑의 마지막은 불행하다. 왜 그런지 이유를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그렇다.
그런데 어느날 그녀가 그를 떠나버렸다. 아무런 설명없이.. 일순간 증발해 버리듯 그렇게 사라진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그녀가 떠나 버린 이유에 대해...
흔히 남겨진 사람이 그러 하듯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시간은 흘러갔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잊혀진다고 그 누가 그랬던가?
열 다섯이었던 그가 법학도가 되어 버릴 만큼의 시간이 흘러버렸지만, 그는 여전히 그녀의 ‘꼬마’에서 시간이 멈춰 있었다.
그런 그 앞에 그녀가 나타난다. 여전히 꼿꼿하고 도도한 듯 보이는 그녀였지만 그녀는 나치 수용소의 감시원이었고,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죄로 재판중이었다.
그녀가 그를 만나기 훨씬 전의 일이었고, 그가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그녀의 과거였다.
그 때 그녀의 나이는 대충 21살 정도였을 것이고, 그가 그녀와 만나 사랑한 것은 15년의 세월이 흐른뒤, 그녀의 나이 서른여섯 살이 되었을 때였다.
사랑에 역사가 끼어들게 되면 좀 당황스러워 진다.
특히나 그 역사란 놈이 거대하면 할수록 더욱.
그 역사를 이겨내야 할 사람이 약하면 약할수록 또 더욱.
그리고 생각한다. 아무리 거대한 역사의 흐름일지라도 사랑을 지켜내길.. 제발 그러길..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미하엘의 차가운 반응이 이해되지 않기도 했다. 자신의 시간을 멈추면서까지 보고 싶어하던 그녀였는데.. 그는 그녀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을텐데...
그럼에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그의 모습이 답답하기도 했다.
그녀에게 해준 것은 오로지 책 읽어주는 일. 그녀가 수용소에 갇히고 나서 10년 동안이나 그는 그녀에게 책 읽은 것을 녹음한 테이프를 보낸다.
솔직히... 혼란스럽다.
서른여섯 여자, 그리고 열다섯 남자의 사랑부터 그럴 수 밖에 없었다라고 서술되어질 역사도, 그녀가 끝까지 지켜내고 싶었던 자신의 부끄러움도, 마지막까지 그녀에게 다가서지 못했던 미하엘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그렇게 맹목적으로만 보였던 사랑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보이며 서로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게 될 줄 몰랐기 때문일까.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는 그렇게 사랑에 대해 나에게 긴 물음을 하고 있었고, 나는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대답해 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