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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로드 - 3천 년을 살아남은 기묘한 음식, 국수의 길을 따라가다
이욱정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오늘도 나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식탁에 앉아 비몽사몽간임에도 음식을 입안에 구겨넣고 있다. 그저 아침, 점심, 저녁, 꼬박꼬박 시간 맞춰 먹어야 하는 약처럼, 하루 세 번 음식을 섭취한다.
음식이란, 그저 그렇게...... 어찌보면 ‘의무’일지 모르겠다.
배가 고프니까 집어넣어주는 그런.
그렇지만 말이다. 이 책, <누들로드>를 읽고 난 후라면 그런 생각이 조금 달라질지 모른다.
한끼 식사로,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한 의미 외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해야할지... 먹는 이도 몰랐던 음식 - 국수(누들)- 이 담고 있는 무한한 가치와, 의미, 문화 등을 볼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우리는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넘나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누들- 보통 면요리는 파스타를 제외하고 주로 아시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요리라고 생각했다. 스파게티 외에 서양의 음식으로 다른 면요리를 떠올릴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아시아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요리가 존재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차게 먹는 냉면이나 막국수부터 따뜻한 국물이 있는 칼국수, 올챙이 국수, 잔치 국수 등 국수와 관련된 다양한 이름이 떠오른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소바나 우동과 같은 면요리를 즐긴다.
이런 아시아적인 음식이라 생각했던 국수-누들을 머나먼 영국의 한 레스토랑에서 발견했다면 누구든 한번쯤 생각해 볼 것이다. 아니면, 감탄을 할지 모르겠다.
역시! 세계는 하나구나.
현대에는 요리도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달하는구나. 뭐 이런 생각.
하지만...
지금이야, 비행기든, 배든 여러 편리한 수단을 통해 왕래가 쉽기 때문에 빠르게 서로를 닮아간다고 쳐도, 그런 수단이 없던 과거에는 과연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았을까?
이렇게 변화되어 가면 미래에는 과연 어떤 형태로 음식은 존재할 것일까?
작가가 영국의 한 ‘누들바’에서 어설픈 젓가락질로 국수를 먹고 있는 서양인들을 보며 갖은 의문을 가졌던 것처럼 나도 여러 가지 의문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그리고 인류 최초의 국수가 존재한다는 중국에서 시작되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한 긴 여정에 기꺼이 동참하고 싶어졌다.
몇 가지 의문에서 시작된 긴 여정은 연쇄적으로 다른 질문을 이끌어 냈고, 답을 찾아가는 동안 그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 내는 문화를 만난다.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국수에는, 그 재료가 되는 밀이나 메밀, 쌀 등을 경작하기 위해 적당한 기후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거나, 좀 더 빨리,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국수를 만들어내며 사람들의 생활상이나 문화가 변하기도 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중국의 신장에서 투루판으로, 베이징, 산시성, 허난성, 광시성, 윈난성에서 발견된 단서를 따라 태국으로, 은둔의 왕국 부탄까지,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국수’ 하나로 이어진 길은 그렇게 전 아시아를 이어주고 있었다. 300여년 전 일본에서 국수 열풍이 있을 때, 지구의 다른편,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하는 사실을 놓고 찾아간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단서는 다시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으로 이어진다.
먼 우주로 쏘아 올린 네가지 맛의 라면은 우리를 또 다른 공간과 시간으로 이어주고 있었다.
‘국수’에 담겨진 이야기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각기 다른 공간, 시간과 만난 ‘누들’은 작가의 말처럼 언제나 ‘변화될 준비’를 마치고 다양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음식 하나가 인류의 식문화를 바꿔 놓았다. 수천 년 동안 수만 명의 손을 거쳐 탄생한 국수. 민족의 이동에 따라 새로운 여행을 하기도 하고 변화무쌍한 변신을 꾀하기도 하는 국수는 그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리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몇 가지 재료만으로도 짧은 시간 내에 멋진 음식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매력으로 가득하다. (P339)
영상으로 보는 ‘누들로드’는 두근대는 음악과 거친 화면, 장대한 스케일, 다양한 이야기 등을 한꺼번에 시각적으로 받아들이게 하여 가슴 뛰게 한다면, 책으로 만나는 ‘누들로드’는 그 화면 뒤의 애환과 새로운 정보를 만날 수 있고, 몽글몽글 피어나는 말풍선처럼 그 어떤 가능성도 모두 이룰 수 있게 하는 상상력의 원동력이 되어준다.
국수 하나에 담긴 이 많은 이야기들을 찾아가는 장대한 여정을 통해 과거뿐 아니라 현재, 미래의 모습을 보았다. 문명과 문명이, 그리고 가장 큰 발견인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 그 이야기는 나의 마음을 뛰게 한다.
국수 하나를 통해 ‘일상’이 '특별'해지는 순간,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