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나는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서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보았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프라도 미술관의 작품을 알려주는 미술서적에서도 그 그림을 보았다.

그림을 보면서도 나는... 가운데의 작고 아리따운 금발의 공주만 보았나보다. 아니면, 왕과 왕비를 그리고 있었다는 둥, 붓을 들고 있는 사람이 화가 자신이라는 둥 그런 설명만 열심히 읽었던지... 오른편에 있는 ‘ 못생긴 ’ 그녀( 어떤 설명으로는 ‘난장이 재간꾼’ 이라고도 했다)가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림 속에... 그녀가 있었나? 싶어질 만큼.

박민규 작가의 전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도 구입을 하긴 했지만, 앞부분만 두 번 정도 읽다가 결국 포기해버렸다. 나는 그가 하는 이야기를 도저히 이해 못하겠던데, 나의 오빠는 그 책을 낄낄거리며 다 읽어냈다. 그리고 나에게 “ 야.. 너무 재밌다. 이런 책 더 없냐? “ 하고 묻는데.. 솔직히 나는 망연자실했다. 도대체 뭐가 재밌는거지?

그런 기억과 함께 펼쳐든 책이었다. 두툼한 두께의 책을 보며 과연 전부 읽어낼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뭔가 뜬구름 잡는 듯한 도입 부분을 읽어나가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이만 느껴지는 그의 글을 계속 읽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건 그가 어머니에게 건넨 거짓말 때문이었다. ‘ 죽지마’ 로 시작되는 그의 말은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물론 전부가 거짓은 아니었겠지만, 아버지가 떠난 뒤 넋을 잃은 어머니에게 그가 던진 그 말들 때문에 나는 그 뒤의 이야기가 궁금해져 버린 것이다. 

이야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사랑이야기이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그 둘의 매개체와 같던 남자 요한이 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책을 읽으며 나는.. 사랑 이야기의 알콩달콩한 느낌으로 행복한게 아니라, 죄책감 같은 마음에 시달려야만 했다.

누구 때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 때문이었다.

벨라스케스의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던 나 자신 때문에.

내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있던 ‘나는 그래도 그녀만큼은 아니니까 ' 혹은 ‘ 왜 그런 선택을? ’ 이런 자만심과 우월감 때문에..

보통의 사람들.. 이라고 말해도 될는지.. 아니면 그저... 대다수의 사람들이라고 표현해야할지.. 여하튼 그런 위치의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그저 인생이 더 높은 위치의 사람들을 부러워 한다. 자신은 그렇지 않음을 부끄러워 한다.

하지만 분명 그 ‘보통’ 에 속하지 못해 부러워 하고, 부끄러워 하는 사람들 또한 분명 존재한다.

어찌보면 이 책은 사랑이야기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게 더 맞을지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진 ‘어느 선’ 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그런 이야기를 보며 나는 나역시 그 선안에서 당연시하고 안도하며 살고 있구나... 그 선을 넘은 사람의 이야기를 보며 이렇게 불편해 하고 있구나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인간이지... 그런게 삶이야... 하며 이야기하는 책들 중 의외로 이해 안되는 소리가 많은데 이 책은 무언가 다르다. 도입과 마지막의 너무 늘어지는 부분만 빼고 몸통 부분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을 떠올릴 때면 항상 나는 내 안의 편협함을 생각하게 될 듯 하다. 모든 것을 평등하게 바라보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쳐서만 생각했는지, 남일이라고만 생각하며 밀쳐두고 있었는지 떠올리며 반성하게 될 것 같다. 그러면서 제발 스스로가 겸손해지길 바란다.

그것이... 거창하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이자, 인간다워지는 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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