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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평점 :
상당히 부러웠다.
인간적인, 근원적인, 사회적인 것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프랑스라는 곳이 여행기가 아닌 책을 읽고서 이렇게 가보고 싶어질 줄은, 혹은 한번 살아보고 싶을 줄은 몰랐다. 지금은 프랑스도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누리고 있다는 그 많은 혜택을 누려보고도 싶고, 자유란 무엇인지 진정으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적인 혜택을 마음껏 누린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개개인의 삶이 보장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기만 하다.
책 속의 ‘프랑스’는 어떻게 보면 그녀의 도피처(?)가 되어줄 수도 있고, 안락한 휴식처가 되어줄수도, 치열한 삶의 전장이 될 수도 있는 다양한 면을 지닌 곳이었다. 장소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도 그녀만의 성(城)이 된 듯.. 그것마저도 부러움이 일게 만들었다.
그녀의 글을 보고 있으면 중심을 잘 잡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이 유학을 간 프랑스의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알리는데에도 무조건적인 숭배의 태도를 취하지도, 무조건적으로 폄하하지도 않는다. 프랑스에 살면서... 한국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을 조금은 비판적인 시각으로 그리긴 했지만, 모든 판단은 읽는 이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 자세가 참 마음에 들었다. 궁극적으로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인간’으로서 어떤 사회에 살아야 하는가... 그런 것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과 그것을 향한 탐구가 있으니 당신도 한번 생각해 봐라.. 뭐 이런게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 한국에서 자신의 발 앞에 놓인 좁은 선택의 틀에 괴로워하는 여성들을 볼 때마다 난 그녀들에게 다른 나라로 떠나라고 충동질했다..... 그렇게 해서 잠시 다른 질서 속에 방황하는 것, 자유 속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비로소 내가 원하는 것들을 고르는 경험을 하는 것, 다른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가치 전복의 신선함을 누려보는 것, 적어도 오늘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요구가 내가 살아내야 하고, 견뎌내야 할 유일한 조건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것, 살면서 꼭 해보아야 할 경험들이 아닐까. ’ (p101)
이 글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공감했는지...
솔직히 떠나봐야 있던 곳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없어져봐야 그 것의 소중함도 알게 된다. 그리고 나의 보잘 것 없음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내가 살던 곳, 내가 있던 장소, 익숙한 것들과 떨어져 봐야, 멀어져 봐야 그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알 수 있다는 것. 나도 충분히 공감한다. 멀리 나가봐야... 우리나라가 얼마나 좋은지... 불편한 것을 그냥 놔두고 사는 삶이 어떤지, 새삼 느낄 수 있듯이.
이렇게 근원적인 ‘삶’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는 담겨 있다.
그 이야기들은 나에게 내가 딛고 서 있는 이 자리에서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고, 더 나아가 미래의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도 한다. 그녀의 딸 칼리를 보며, 칼리가 살게될 사회도 상상해 보기도 하고.
‘ 한우물을 파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그리하여 인류의 발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밥벌이를 해야 한다는 전 인류가 주입시켜온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살아 있는 동안 나의 욕구와 관심은 나와 함께 진화할 것이며, 열심히 그 새로운 호기심과 열정에 화답하며 살고 싶다 ’ (p312)
그녀의 이야기를 보며 나역시 나만의 아름다운 세상을 생각해 본다. 작은 땅덩어리에, 있지도 않은 좌파, 우파며, 경상도, 전라도, 지역 감정등 해묵은 잔재들을 떨쳐내고 그저 사람이 사람의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꿔보기도 한다.
그녀의 삶은 지금 프랑스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진보신당 파리지부의 소박한 당원으로만이 아니라, 프랑스에 한국식 흙집을 짓기 위해 노력중이며, 영화배우도, 의상 디자이너도 되고 싶다는 꿈을 꾸며 살고 있다. 치열하게 살면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그녀의 삶이 다시금 부러워진다.
흠... 부러우면 지는거라고... 더 이상 부러워 하지만은 않겠다.
그녀는 그녀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듯이 누구나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왠지... 세상이 자유롭고 예뻐보이는 착각이 든다.^.^ (착각만은 아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