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가격 - 예술품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지적 미스터리 소설
가도이 요시노부 지음, 현정수 옮김 / 창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이웃 블로그에서 서평을 보고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던 책이었다. 미술품 감정을 놓고 벌이는 이야기라고 했는데, 도대체 미술품을 가지고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혹시 미술품 도난과 관련된 수사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미술품의 진위’ 만을 놓고 벌이는 이야기라는 걸 알고 호기심이 더 커져 버렸다. 

음.. 기나긴 장편은 아니고, 다섯 가지의 단편 모음이지만 모든 단편에 꼭 나오는 인물이 있었다. 마치... 드라마 같은 느낌이랄까? CSI나 뭐 탐정 갈릴레오같은..

미술사를 전공한 대학 교수인 사사키와 천재 감정사 가미나가 미유를 중심으로 서양 미술부터 일본의 미술까지 통과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흥미로운 점은 가미나가 미유는 진품인지 위조인지를 분간할 때 미각을 이용한다는 것. 진품이면 입안이 강렬한 단맛으로 가득찬다고 한다. 에? 정말? 믿을 수 없겠지만 그의 혀는.. 대단하다!

누군가가 미술품 감정을 의뢰하고 두 사람은 우연 혹은 필연적으로 얽혀 그 일을 같이 하게 된다.

“ 오늘날 우리들의 문명은 진품이라고 이야기되는 우수한 작품을 전 세계에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사실은 ‘진품일 가능성이 극히 높다’라고 이야기해야 할 겁니다. 99.9퍼센트는 존재해도, 100퍼센트는 있을 수 없으니까요. 저는 이것을 ‘벽돌쌓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

“ 진짜라고 결론내리는 건, 가짜라고 결론내리는 것보다 아득히 어렵습니다. ”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나중에 이들이 내리는 결론을 좇아가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렇다. 가짜라는 것을 밝히는건 오히려 쉬운 일이고, 진짜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야말로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책임이 뒤따르기도 하고.

미술품의 진위만큼 흥미로운 것은 중심에 있는 미술품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티첼리, 베르메르, 일본의 도기, 지도, 열반도.. 전 세계를 넘나들고, 시대 또한 넘나든다. 미술사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괜찮긴 하지만, 알고 있다면 책의 재미가 배 이상으로 늘지 모르겠다. 와인, 지도의 도법, 나가사키와 고베 등 신문물의 교역 장소.. 작가가 미술과 함께 펼쳐보이는 다양한 소재들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함께 빛을 더한다.

그렇게 다양함이 섞여 있어 꼼꼼히 읽게 되니 시간이 좀 걸렸다. 일반적으로 단편은 휙~ 휙~ 읽게 되는데, 그 하나하나의 단서를 쫓고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내 지식이 부족하여 살짝 이해 못한 부분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읽으면서 재미를 느꼈다.

마지막 <유언의 빛깔>에서 왠지 마무리를 지으며, 영화로 치면 다음 편을 기약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서로 다른 곳으로 헤어지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 두 사람이 펼치는 새로운 이야기, 미술품 이야기가 나왔으면..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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