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요 언덕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첫 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마지막까지 술술 읽히는 내용이다.

이야기는 거의 팔십년에 가까운 세월을 담고 있다.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전쟁의 포화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다가 어쩔 수 없이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호랑이 마을을 배경으로 순이, 용이, 가즈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의 끝마다 ‘ 천황폐하 만세! 대일본 제국 만만세!! ’를 외치던 자신만만한 일본군 장교가 막상 전쟁을 통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는 다시 편지를 통해 알 수 있다.  산골에서 순박하게만 살아가던 순이가 전쟁 때문에 고향을 떠나게 되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마을로 돌아온 용이와 만나 어떻게 그에게 ‘용서’를 가르쳐 주고 삶을 가르쳐 주는 이야기가 담담하지만 때론 아름답게, 서정적으로 때론 비바람 몰아치듯 그렇게 전개된다.  단순히 ‘시대’만을 탓하기엔 너무 모진 삶을 살아내는 순이.. 가즈오의 그림 속의 그녀 모습은 너무 순수하고 아름다울 뿐인데..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지만 그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는 건 서정적이고 세밀한 우리 땅, 우리네 삶에 대한 묘사와 아름다운 그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조곤조곤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따스한 말투의 글을 따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호랑이 마을에서의 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텔레비전에서 훈할머니의 이야기를 보게된 것이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계기였다고, 그 때가 1997년이라고 하는데, 거의 10여년 동안 쓰여진 책이어서 그런지 정성이 가득 느껴지고, 연예인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에세이나 여행기가 아닌 이렇게 정식 소설을 낸 것이 참 새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소설은 가볍거나 쉽게  치부해 버리기엔 뭔가 뜨거운 것을 담고 있어서 놀랍다. 문학평론가 이어령씨의 추천사에서 “배우 차인표가 아닌 작가 차인표의 행보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역작”이라고 표현하셨던 것처럼 나도 작가의 다음 행보가 참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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