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김안나 옮김 / 매직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손으로 직접 편지를 썼던게 과연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

대신에 문자, 이메일이 보편화되고, 메신저로, 또 블로그, 미니홈피로 하루하루 다른이의 삶이 어떤지 이미 알고 있고 이야기하고 있어서 편지는 이제 왠지 역사의 한편으로 점점 사라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편지지와 봉투를 앞에 두고 펜을 가져와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쓰기 시작하는 편지는 어떤 느낌인가? 꼭... 꼭... 한자한자 눌러 쓴 편지를 상대방이 받았을 때 얼마나 좋아해줄지 상상해보며 미리부터 흐뭇해지지 않았는지.. 혹시나 글씨가 틀리면 하트를 그리고 그 속을 채우며 실수가 드러나질 않길... 이 귀여운 애교를 알아주길 바라게 되진 않던가... 편지 속에.. 두근두근 흥분과 기대를 담게되진 않던가...

나는 오늘 누군가에게서 그런 느낌의 손수 작성한 편지를 받았다. 바로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 파이 클럽>이다.




  처음에는 제목을 외우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건지 아일랜드’까지는 알겠는데 ‘감자껍질 파이클럽’은 대체 뭐란 말인가.. 몇 주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겨우 책의 제목을 한번에, 틀림이 없이 말할 수 있어졌다. 그렇게 되니 이제는 궁금증이 생긴다.

‘감자껍질파이클럽’이 대체 뭐야? 도대체 왜? 누가? 이런 클럽을 만든거지?

   책은 보통의 책들이 그렇듯.. 서술적이지 않다. 대신 온통 편지로 가득차 있다. 줄리엣이 시드니에게, 이솔라가 줄리엣에게, 도시가 줄리엣에게......누군가가 다른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한 장, 한 장 같이 읽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편지만으로도 전후 사정을 알게 되는데 그리 긴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그리고 편지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이 책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났을 무렵이다. 작가인 줄리엣은 책을 출간하고 바쁘게 홍보를 다니고 있을 때쯤 건지 아일랜드에 사는 도시라는 사람에게서 편지 한통을 받게 된다. 편지 속에 있는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클럽’이라는 모임에 흥미를 갖고 꾸준히 건지 섬의 다른 사람들과도 서신을 왕래하다 결국 줄리엣은 건지 섬으로 직접 그들을 만나러 가기에 이른다. 건지 섬의 아름다운 풍광, 마음 따뜻한 섬 사람들, 그리고 2차대전 중 건지섬에서 벌어진 일들을 들은 줄리엣은 그들에게 매료되고......

  책 줄거리 소개는 이쯤으로 하고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두툼한 책이라 이틀에 걸쳐 읽었는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다.

오!! 줄리엣!!

책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사랑스럽고 생생한데 그 중에서도 줄리엣은 그 중 가장 나의 마음에 드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빨강머리 앤’의 앤 셜리를 보는 듯,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을 보듯, 아멜리에의 오드리 토투인듯..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까지.. 그 모든 사랑스러움과 당당함,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함, 다른 이에게 즐거움을 주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녀가 옆에 있다면 꼭 안아주고 싶은 감정이 들기도 했다.

  건지 섬에 도착한 그녀가 아멜리아네 농장까지 가는 길을 묘사한 것이나, 도시와 섬 사람들이 구경시켜준 섬의 풍경을 표현한 글에서는 앤이 매튜아저씨를 만나 초록색 지붕집까지 가며 지나던 ‘사과나무길’을 떠올리고 있을 정도였다. ^.^ 너무도 사랑스러운 줄리엣!




   그저 다른 이가 또 다른 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살짝 훔쳐본 것인데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아름다운 건지 섬으로 나도 줄리엣처럼 무작정 떠나고 싶어진다. 아직도 그 곳에는 털털한 이솔라가, 따뜻한 할아버지 에벤 램지씨가, 의젓한 일라이와 도도한 키트, 따뜻한 아멜리아, 강인한 엘리자베스... 모든 섬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져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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