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 - 이상은 in Berlin
이상은 지음 / 북노마드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작년부터 내 주위를 더욱 맴돈다 싶었는데..  <삶은 여행>는 이런 책이었구나.. 싶다.

이상하게... 내가 알고 싶지 않아도.. 안테나가 그쪽으로 향해 있는지.. 이상은씨의 소식은 간간히 바람을 타고 내게 전해진다. ‘담다디’란 노래로 가요계에 혜성같이 나타난게 내가 중학생때였는데... 정상에서 활동하다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 그녀. 그러다가 어느 유명한 음반 회사와 앨범 몇 장을 내기로 계약을 했다더라.. 일본과 미국에서 유학을 한다더라.. 서울의 어느 곳에서 카페를 냈다더라.. 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재작년인가? 작년?부터는  EBS에서 얼굴이 보이더니.. 공감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여전히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세계 테마 기행 스페인편에 나타나 나를 스페인으로 날아가게 만들었다. 그러더니 책을 냈다고... 좀 있다가 스페인 편의 책도 냈다고... 출판계 쪽에서 소식을 알려온다. 이쯤되니.. 이상은씨는 인정 못하겠지만.. 동창같이... 친구같이 느껴진다.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소식을 알게되는 그런 동창 말이다..

  하여튼 그런 친근한 마음을 가지고 책을 접했다.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베를린>을 여행하고 그 느낌을 적은 에세이다.




  나에게 있어 ‘잘 쓴 여행 에세이’와 그렇지 않은 그것의 판단기준은 하나다.

‘내가 그곳에 가보고 싶게끔 썼느냐...’ 는 것.

얼마만큼 충동질을 할 수 있느냐.. 뭐 그런거겠는데.. <삶은 여행>은 그 기준에 따라..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ㅋㅋ  진짜... 베를린이 가보고 싶어졌다. 추운 날씨... 꾸무룩한 날씨가 무섭긴 하지만 그 마음을 눌러버릴만큼..




문화에 있어서만큼은 ‘청년기’를 보내고 있다는 베를린은.. 자유로움이 넘쳐 보이고, 뭐든 허용될 것 같은 ‘자유 도시’의 이미지로 나에게 다가왔다. 원래... 나에게 있어 베를린은 그런 도시가 아니었잖나.. 독일하면... 이상하게 먼저 전쟁.. 히틀러.. 유대인... 이런 생각부터 하기에 그들의 국민성이 무뚝뚝하던 말던, 완벽한 제품을 생산하던 말던 그저..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였다. 하지만.. 책으로 보는 그들은 과거의 잘못에 대해 온 몸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후손에게 교육시키는 그런 멋진 나라였다. (우리 옆에 있는 어떤 나라와는 좀 다른 면모다) 그리고 전통을 지킬 줄 아는 나라였다. 이건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의 나라들 사이에 은연중 퍼져있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 그들은... 무조건적으로 높은 건물과 삐까뻔쩍하기만 한 것을 숭배하지 않는다. 자연을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의 것을 존중할 줄 아는 것 같다. 그래서 “ 당연한 얘기지만, 독일은 참 독일스럽다. 베를린 역시 베를린스럽다 ” (p 170) 이런 이야기가 마음깊이 다가온다. 그리고 되묻게 된다 “ 서울은 서울스러운가요? ” 하고. 얼마만큼 서울의 모습을 간직하고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나요.. 우리는..




  그녀가 쓰는 여행 이야기는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통해서는 와~~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게 하더니, 도시에 관한, 여행에 관한 그녀의 생각을 읽을 때는 ‘맞아... 나도 이렇게 생각해.. ’ 하게 된다. 나도 비슷하게 느낀 감정들을 좀더 세련된 언어와 다듬어진 문장으로 표현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왠지 모를 질투의 감정도 느꼈다. 그러면서도 “ 당신의 베를린 여행은 이랬나요? 나는 다른 곳을 여행했는데...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 ” 하며 같이 여행에 관한 수다를 떨고 싶어진다.

  아려한 듯한 청춘의 아이돌이 이렇게 다정하게 내 옆의 친구처럼 다가오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 그녀의 다른 책.. 나를 충동질하게 만든 스페인 여행 이야기도 얼른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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