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도 이와 같기를..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책이란 참 묘하다. 첫 번째 읽었을 때, 두 번째 읽었을 때.. 마음에 다가와 남겨진 부분이 매번 다르다. 또 다른 때는 멀찍이 시간을 두고 읽었음에도 같은 부분에서 찡~~하는 느낌이 올 때도 있다. 그런걸 느낄 때마다 참 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은 두 번 읽었다. 앞으로 몇 번 더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살면서 두고두고 찾게 될 그런 책‘임은 확실하다. 내게 다시 사랑이 온다면.. 이랬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는 책이다.

  공진솔.. 그녀는 마포우체국 사서함 110호에 사연을 받는 <노래 실은 꽃마차>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작가이다. 방송국에서 일한지 9년이 넘었고, 그저 눈에 띄지 않고 무사하게 하루하루 살기를 바라는 듯한 ‘소심’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에게 개편을 통해 이건 피디가 다가온다. 시인이기도 하면서 조금은 건들건들 하기도 하고, 진지해 보이기도 하고, 그녀의 마음을 살짝살짝 흔드는.. 그리고 그런걸 즐기는 조금은 그녀에겐 ‘위험한’ 사람이다. 그런 두사람을 주축으로 이건 피디의 친구 커플인 선우와 애리, 그리고 그를 짝사랑하는 희연, 공진솔의 친구 가람 등 주변 인물과 함께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니까... 가장 단순하게 말하면 이건 피디와 공진솔 작가의 사랑이야기인데.. 소설은 말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또 그저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가 전부는 아닌..뭐랄까 깊이 곱씹어야할 여운이 담긴 진중한 다양함을 지닌 이야기라고나 할까..

첫 번째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사랑을 봤다.

알콩달콩 서서히 물들어가는 노을처럼 진행되는 사랑.. <미술관 옆 동물원>의 사랑처럼 천천히 진행되서 나중에야 그게 사랑임을 깨닫는 그런 사랑.

p 396 “ 갑자기 당신이 문 앞에 서 있었어요. 그럴땐, 미치겠어. 꼭 사랑이 전부같잖아.”

두 번째로 읽었을 때는 인생이 보였다.

p354 “ 사람이 말이디.. 제 나이 서른을 넘으면, 고쳐서 쓸 수가 없는 거이다. 고쳐지디 않아요. ”

“ 보태서 써야 한다. 내래, 저 사람을 보태서 쓴다... 이렇게 생각하라우. 저눔이 못 갖고 있는 부분을 내래 보태줘서리 쓴다.. 이렇게 말이디. ”

마치... 꾸밈없이 솔직하고 따스한 ‘인간극장’을 보는 기분이랄까..

보기에도 훈훈한 가족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랄까..

나는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때마다 과연 어떤 부분이 내게 다가와 다른 여운을 남겨 줄지 계속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책을 덮을 때쯤엔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며 또다시 행복해할 거란 것은 이미 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