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미겔 루이스 몬타녜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 네가 여행 다녀온 세비야랑... 하여튼 스페인이 배경이야.. ”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바로 이 말 때문이었다. 8월 말쯤에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었는데, 여행을 가기 전에 내게 왔지만 도저히 시간이 나질 않아 다녀온 후 이렇게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 이 책을 여행 가기 전에 읽었다면, 바르셀로나에서 봤던 콜롬버스 상이 조금더 다르게 다가왔을텐데... 아.. 세비야에서... 대성당 뿐 아니라 산타크루즈 지역을 좀 더 다르게 느끼지 않았을까.. ” 하는 생각을 수십번도 더 하게 되었다. 단지 스페인의 세비야와 마드리드가 나올 뿐이었고 그저 배경 중 하나였지만, 그 배경이 내게는 왠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콜롬버스라는 사람의 위상이 이렇구나... 서양에서는 (그 사람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하고 다시 한번 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도미니카의 산토 도밍고에 모셔져 있던 콜롬버스의 유해가 도난을 당한다.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도미니카 공화국의 문화부 장관 알타그라시아와 과학수사팀의 에드윈이 나선다. 그리고 콜롬버스와 관련된 사항이라는 이유로 스페인 경찰 올리베르도 이 팀에 합류를 하는데 사실 스페인 세비야에 있는 콜롬버스의 유해 역시 도난을 당했다는 사실을 밝혀진다. 콜롬버스의 유해를 되찾기 위한 세 사람의 여정이 도미니카,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파나마 등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다녔던, 그리고 그를 기리고 있는 나라를 바탕으로 펼쳐지고, 500년 전 콜롬버스가 이렇게 대단한 여정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그 시절 스페인 제국의 위용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여정을 뒤따르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다만 아쉬운 것은 좋은 소재에, 방대한 지식이 느껴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힘을 가졌음에도 이야기의 마무리가 왠지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고(그가 범인이란 건 뭔가 어색하다), 그렇게 결론이 지어질거면... 대체 사건은 왜 일어난건지... 궁금해지며, 인물의 설득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것, 그리고 모험 소설임에도 왠지 상당히 객관적인 서술 방식으로 인해 흡입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번역상의 문제인 듯한 주인공들 간의 대화 형식은 그러한 면을 더 강화시키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들이 친해져서 같이 술도 마시고 그런 사이라고 하면서, “ ~ 했습니다 ” 라는 말투를 사용한다는 건 상당히.. 관계에 거리감을 두게 만들고, 공적인 사이일 뿐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주인공들은 서로 끌린다..) 그러니.. <다빈치 코드>의 치밀함을 계승하고 재미를 뛰어넘었다는 홍보 문구는 괜찮지만, “속도감 있게.. 쫓는자와 쫓기는자... 급박한.. ” 뭐 이런 단어들은 왠지 이 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정적인 단어는 어울리지만 왠지 동적인 단어는 아니란 얘기인 것)

 

  그래도... 이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세비야와 마드리드 덕분에 다시 그곳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팩션이 속속 출간되고 있는데, 이 책처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읽혀 대한민국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한 방편이 되었으면... 또다시 애국자적인 생각 속으로 빠져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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