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이게 책이라고? 이건 영화다. 영화..  상영이 시작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봐야만 하는 극장판 영화. 돈이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봐야하는 영화말이다.

그런 압박감이 있는데도 이 영화... 꽤 재밌다.

쉽게 이해되고, 연결이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뭐 그냥 넘어가 줄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면 잊혀지기 시작하는 영화다. 아니, 영화가 아니면 뉴스라고 할까? 한동안 이슈가 되다가 시간이 지나면 슬금슬금 사라져 버리는 뉴스.

결국... 그 얘기가 그 얘기다.

  <칙릿 소설>이란게 있었다. '도시 중산층 여성들의 일과 사랑, 취향 등을 가볍게 형상화한 소설' 이라고 하는데, 이 <스타일>도 그 중 하나라고 한다.  칙릿 소설에 대해 검색하다보니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달콤한 나의 도시> <오늘의 거짓말> 등도 다 그 장르라고 한다. 오호라.. 그렇군. (이건 내가 다 읽었다. 난 <달콤한 나의 도시>에 완죤 열광했었는데... 그렇게 진지한 책이... 칙릿이라구??)  그 외에 <섹스앤더시티> <쇼퍼홀릭> <걸프렌즈> <압구정 다이어리> 등이 이 장르에 속한댄다. (Daum 검색.. )

맞다... 이 책은 딱 그거다... 여성들의 일과 사랑, 취향을 정말 '가볍게' 다룬 소설이었다. 장르에 충실한 소설이었구나... 싶어진다..  근데... '중산층'의 얘기는 아닌거 같다. 최고 상류층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패션계 이야기중 그냥 명품을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을 정도의 중보다상류층 이야기라는 생각이다. 물론 '이서정'은 그냥 패션지 기자일뿐이라고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강남에 사는 부모를 둔 좀 여유있게 공부한 패션지 기자라는 걸 느낌으로 알 수 있다. 그래도 처음의 기자역할에 충실하여 좌충우돌하며 인터뷰를 따내는 모습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호... 연예계나 패션계나 좀 그렇구나... 소문이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책임 안지는.. 막연하게 생각했던 그런 곳. 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둥대는 이서정의 모습은 다른 삶을 경험해보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긴박하고 , 자세하고, 치열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직업인 이서정에게는 공감하지만... 치열한 세상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모습에는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그 외의 다른 부분의 삶은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범위안에서는 이해 불가능한 것들이어서인지 이해도 못하겠고..가슴에 닿는 뭔가도 없었다.  사넬도 알고 마놀로 블라닉도 알고 빅백도 알고는 있지만, 그래서 책을 읽는데 무리는 없었지만 도대체 그런 것에 왜 열광해야 하는 것인지..왜 그걸 가져야 하는지..

그 욕망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무엇을 '죽어도' 가져야겠다는 소유본능이 흐릿한 사람인지라... 그 욕망을 위한 치열한 그녀들의, 그들의 삶은 먼나라가 아닌... 저 우주 안드로메다의 어느... 별의 이야기일 뿐인것이다.

그리고 이서정과 박우진의 사랑이야기가 나오는 끝부분으로 가면 더욱 더 그런 확신을 들게 한다.  '할리퀸 로맨스' 문고판의 현대적 해석.

이제 이야기 자체가 저 우주로 날아가려고 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서정을 향한 애정을 가졌던 박우진의 모습에서, 열렬하고도 어찌보면 지고지순한 그의 사랑이 표면화되는 그 순간.. 소설 자체가 거짓이라고(물론 소설은 현실이 아니지만..)... 의심하기 시작하는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독자를 가르치며, 어떤 깨달음을 느껴라 강요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때문에.

 이런 생각 속에서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건... 아까도 말했지만, '직업인 이서정이야기' 때문이었다. 어느 한 분야에 대한 작가의 묘사력은 정말 속도감 있고, 자세하며, 재미를 준다. 그리고 영화처럼 휘~익 너무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의 매력도 한 몫하고, 오뚜기같은 이서정을 통해 열심히 살라는 삶의 위로를 조금이나마 받아보고자한 나의 소심함때문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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